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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러드메리는 숙취해소에 좋은 비타민이 풍부한 토마토주스가 주재료이며 셀러리 스틱이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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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거창한 술 모임을 가진 다음 날 해장술 먹으러 가자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진정 술을 원해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해장국에 해장술을 꼭 해야만 집으로 향하는 그들의 모습은 한국의 독특한 술 문화중에 하나다.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술로 지친 몸을 회복하는데 과연 해장술은 좋은 기능을 할까? 이열치열의 원리라고 말하는 이도 있겠으나 해장술은 어디까지나 전날 마셨던 술자리에 못내 아쉬움이 남아 갖는 것이 더 정확한 이유인 듯 싶다.
영국 Licensing Act 2003에 따르면, 1 Unit (즉 8g 혹은 10ml의 알코올)을 간에서 분해하는데 1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1 Unit 은 평범한 맥주의 Half Pint나 25ml 위스키의 양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영국 정부에서는 한 주에 20 Unit을 넘기지 않는 것이 건강한 술 문화를 즐기는 것이라 명시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1주에 소주 2병 이상 마시게 되면 과음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술을 마신 다음날 해장술을 마신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볼 수 있으며, 술을 마신 다음날은 해장술이 아닌 따뜻한 콩나물국, 해장국, 꿀물, 신선한 과일과 물을 마시는 것이 마땅하다.
톰 크루즈는 영화 <칵테일>에서 그의 바텐더 스승과 과음한 다음 날 아침 해장술을 마시며 명대사를 날린다.
“Cocktail and Dreams!”
개인적으로 인생의 신조같이 여기고 있는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침에 그들이 마시는 해장 칵테일이다. 해장술답게 이름 또한 ‘Red Eye’. 과음한 다음날 아침은 늘 충혈된 눈으로 맞게 되어서 이런 이름이 지어지지 않았나 싶다. 영화에서 낮에는 대학교 생활, 저녁에는 아르바이트 바텐더로 뉴욕에서 큰 성공을 꿈꾸는 톰 크루즈는 스승과 힘찬 미래를 향해 해장술을 건배한다.
그렇다면 이 해장 칵테일 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갈까? 해장술답게 1 Unit의 Vodka와 맥주 반 잔이 기본적인 바탕을 이룬다. 그 다음 걸쭉한 토마토 주스(4oz)를 그 위에 따른 다음, 날 계란을 넣으면 된다. 어찌 보면 굉장히 메스꺼울 수 있지만, 경험자로서 한번쯤은 마셔볼 만한 칵테일이라 추천한다. 여러 칵테일 책에서 술을 마신 다음 날 이 ‘Red eye’를 마시지 않는다면 고통스러운 날을 맞이하게 된다는 농담이 써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한 가지 재미 있는 사실은, 몸에 쌓인 알코올 독소를 분해하는데 필요한 성분을 토마토 주스와 계란이 함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타민을 비롯한 여러 성분들이 알코올로 인해 지친 몸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몸에 좋은 성분과 술을 같이 마시는 것에서 한국의 해장술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영국에도 해장 칵테일도 있을까? 개인적인 경험과 그 동안 일하면서 보아왔던 점을 고려해 봤을 때, ‘Bloody Mary’라는 칵테일이 영국의 좋은 해장술이라 할 수 있겠다. 위에 언급한 ‘Red eye’와 굉장히 흡사한 칵테일 종류의 하나로써, 재료 또한 Vodka와 토마토 주스가 주를 이룬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강렬한 빨간색을 자랑하는 음료이다. Bloody Mary하면 영국의 종교를 뒤바꾼 영국 역사의 슈퍼 스타인 헨리 8세의 뒤를 이은 메리여왕의 카톨릭 대량학살의 단어이기도 하다.
칵테일이 널리 보급되면서 유명한 뉴욕의 Bar에서는 맛을 한층 높이기 위해 소금, 후추, 우스터 소스, 타바스코 소스 등을 곁들여 오묘한 맛을 느끼며 마시게 되었는데 Bloody Mary의 가장 큰 특징도 칵테일과 함께하는 제공되는 셀러리 스틱이다. 숙취 해소용으로는 이만한 재료가 없다.
한국에서 일할 당시에는 전혀 만들어 볼 기회가 없었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굉장히 친숙하지 않은 칵테일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일반 슈퍼에 가면 Big Tom이나 여러 걸쭉한 토마토 주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집에서도 손쉽게 해장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과음한 다음날 해장술을 찾는 것보다는 충분한 휴식과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몸에 좋을 것은 알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해장 칵테일로 ‘Bloody Mary’를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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