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한국 거주, 교생실습 마친 영국인 … ‘본국 대졸자’아니라 영어강사 비자 못받아
▲ 한국외국어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도 교사의 꿈을
접은 채 한국을 떠나야 할 처지에 놓인 마크 토머스씨.
외국인으로서는 처음 한국에서 사범대학을 다니며 교생 실습까지 마친 영국인 마크 토마스(30)씨는 요즘 마음이 무겁다.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려는 꿈을 품고 6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지만, 그 꿈이 물거품이 될 것같기 때문이다.
다음달 한국외국어대 영어교육과 졸업을 앞둔 토마스씨는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 뜬 원어민 강사 모집 공고를 봤다. 마침내 ‘꿈을 이룬다’는 설렘을 안고 면접까지 했다. 성탄절을 맞아 기쁜 마음으로 고향인 영국으로 돌아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영국에서 교육청으로부터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전해 들었다. “원어민 강사의 자격 요건을 갖췄지만,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난 11일 영국에서 돌아와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았지만 대답은 똑같았다. 원어민 강사에게 주어지는 ‘회화지도(E-2)’ 비자 발급 자격에 미달한다는 것이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은 영어 회화지도 비자를 받는 조건으로 “해당 외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국가에서 대학 이상의 학교를 졸업한 자로서, 학사학위 이상의 자격을 소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마스씨는 영국에서는 고등학교까지만 나와, 자격 요건에 미달했다. 그는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대학을 나오면 어떤 전공인지 가리지 않고 회화를 가르치는 비자를 내주면서, 정작 한국에서 영어교육학을 전공하고도 법 때문에 비자를 받지 못하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강성록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사증계장은 “현재로서는 법에 규정된대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토마스씨의 법률 문제는 앞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영국 남부의 항구도시 본머스 출신인 토마스씨는 고향의 교회에서 만난 한국인 유학생들과의 인연으로 2002년 한국에 정착했다. 한국 문화에 정이 들었던 그는 영어교사가 되기 위해 2년 동안 한국외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한 뒤, 2004년에는 한국외대에 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
그는 현재 학생비자로 한국에 머물고 있으며, 오늘 2월27일 졸업식 이틀 뒤인 29일 비자가 만료된다. 토마스는 “당장은 한국에서 다른 직업을 얻어서라도 비자를 얻고, 한국에서 머물면서 교사가 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유창한 한국말로 말했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