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조상헌 교수의 <알레르기와 만성기침>을 20주 예정으로 연재합니다. 이번 연재는 조교수가 1996년~1998년 영국 사우스햄턴 병원 근무 중 본지에 투고했던 글을 새롭게 정리한 것입니다.
알레르기와 만성기침
알레르기성 비염 Hay Fever (건초열)
알레르기성 비염의 일반적인 증상… 발작적인 재채기, 수돗물처럼 흐르는 콧물
알레르기성 비염의 증상
우선 필자가 경험 하였던 환자의 예를 통해 알레르기성 비염의 증상을 설명하고자 한다.
결혼을 앞두고 있던 김양은 걱정 끝에 필자를 내원하였는데 그녀는 8년전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재채기가 연속적으로 나면서 코가 간질간질하고 콧물이 마치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처럼 질질 흘러서 휴지통을 끼고 살고 있다. 한동안은 코감기를 일년 내내 달고 산다고 생각하고 감기 치료를 받았으나 그때 뿐이고 코증상은 재발하였고 눈도 잘 충혈되면서 근질근질하였다. 그러더니 2년전부터는 양쪽 코가 막히고 코가 목뒤로 흘러 넘어가는 느낌이 생겼으며 냄새도 잘 맡지 못해 결혼을 앞둔 김양은 증상의 심각함은 물론이고 결혼해서 아이를 가져도 되는 지에 대해 큰 고민 속에 빠져 있었다.
친지의 소개로 본원에 내원한 김양은 알레르기성 비염과 이에 합병된 축농증으로 진단 받고 피부반응시험을 통해 원인 물질이 집먼지 진드기임을 확인하였다.
이후 김양은 항히스타민제와 크로몰린 소디움과 스테로이드 비강분무제를 사용하는 동시에 축농증을 치료한 결과 증상이 호전되었고 현재는 면역치료를 병행하면서 약제 사용을 중지하고도 증상의 재발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물론 아이들에서 발생할 확률이 건강인에 비해 높지만은 비염 자체가 치명적인 질환이 아니며 적절한 치료시 정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으므로 자녀를 갖는 문제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음을 이해하고 밝은 삶을 살고 있다.
김양의 경우는 알레르기성 비염의 특징적인 경과를 보여주고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이란 호흡 중에 콧속으로 흡입된 특정한 이물질(알레르겐)에 대해 콧속의 점막에서 일련의 면역학적 반응이 일어나 재채기를 연속적으로 하게 되고 동시에 맑은 콧물이 흐르며, 가려움증으로 눈과 코를 문지르게 되고, 코막힘 증상들이 나타나는 질환을 일컫는다. 그 밖에 눈이나 목안이 가렵거나 눈물이 나거나 머리가 아프고 후각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알레르기성 비염의 증상들은 대개는 발작적이고 특히 아침에 심하게 나타나지만 학교수업이나 직장 일을 하는 낮에는 비교적 가벼워진다.
그러나 가벼운 경우에는 감기 증상과 비슷하여 병원에 찾아 오는 환자들은 “항상 코감기를 달고 산다”고 하면서 알레르기성 비염과 감기 증세를 혼동하는 수가 많다. 이를 구별해 보면 감기 증상인 경우에는 알레르기성 비염에서는 볼 수 없는 발열증상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재채기를 하지만 횟수가 비교적 적으며 하루 종일 지속된다. 그리고 맑은 콧물보다는 끈끈한 분미물이 나오며 시간이 경과할수록 누런 콧물로 변하게 되지만 대부분은 1주일 정도면 회복된다.
알레르기성 비염이 만성화하게 되면 코막힘이 주증상이 되며 합병증으로 축농증, 비용종(물혹), 중이염 등이 나타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코막힘 증상은 코점막이 부어 나타나는 증상으로서 코점막에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면 혈관이 팽창되고 혈관벽 밖으로 혈액 중의 수분이 빠져 나와 코안이 붓게 되어 코가 막히게 된다.
이와 같은 샹태가 지속되면 코점막은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잃게 되고, 이렇게 코점막이 병적인 상태로 되면 재채기를 일으킬 수 있는 정상적인 신경반사능력도 잃게 되어 재채기가 나타나지 않을 뿐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오는 유해한 입자들에 대한 제거능력도 떨어져서 세균의 감염을 자주 일으키게 된다.
또한 점액을 만들어 내는 분비조직들의 활동이 왕성해져 초기의 맑은 콧물 대신에 점액성의 끈적한 콧물이 다량 분비되어 코막힘 증상을 가중시키게 된다. 실제로 알레르기성 비염을 오랫동안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있어서는 앞서 말한 전형적인 알레르기의 증상 대신에 끈적하고 누런 코가 목 뒤로 넘어가고, 코가 심하게 막히고, 입에서 구취가 나는 등의 소위 축농증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와같이 알레르기성 비염이 만성화 되면 치료가 더욱 힘들어지게 되므로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발육기에 있는 소아나 청소년들의 경우 반수 이상에서 부비동염이 유발되며, 코로 호흡하지 못하고 입으로 호흡하게 됨에 따라 혀가 상악골보다는 하악골에 압력을 주게 되므로 얼굴 발육이 위아래로 길쭉한 기형이 되기 쉽고 치아교합이 불균형을 이루게 된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진단
알레르기성 비염을 진단하는데 있어서 병력만 자세히 알아도 대부분에서 잠정적인 진단을 내릴 수 있을만큼 증상이 특징적이다. 즉 발작적인 재채기, 수돗물처럼 흐르는 콧물, 코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매년 특정 계절 혹은 년중 나타나면서 특히 아침 찬공기에 노출되었을 때 심해지는 경우 알레르기성 비염일 확률이 매우 높다.
이때 비경으로 콧속을 관찰시 점막이 부어 있고 많은 수에서 점막이 창백해 보인다. 그리고 증상이 심한 환자에서는 코주위 정맥혈의 순환장애로 눈가에 푸르스름한 색조를 띄게 되는데 이를 allergic shiner라고 하며, 코가 가려울 때 코를 위로 밀어부치는 서양인에서는 콧 등에 주름이 지는 allergic crease를 볼 수도 있다.
<다음주 알레르기성 비염의 진단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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