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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ddington the MusicalⓒJohan Perss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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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뮤지컬 패딩턴 《Paddington the Musical》
웨스트엔드에 또 하나의 영화 원작 뮤지컬이 올라간다고 했을 때, 반응은 대개 비슷하다. “아, 또 IP 뮤지컬이군.” 기대보다는 계산이 먼저 앞선다. 관객층은 분명하고, 가족 관객은 확보돼 있으며, 마케팅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안전하다. 그리고 웨스트엔드에서 ‘안전하다’는 말은 보통 칭찬이 아니다.
하지만 《Paddington the Musical》은 그 익숙한 회의감을 예상보다 빠르게 무력화시킨다. 1958년 책으로 처음 등장한 이후 영화와 TV를 거치며 영국적 친절의 상징이 된 곰이, 웨스트엔드 사보이 극장 무대에 올랐다. 이야기 자체는 이미 다 알고 있다. 페루에서 런던으로 건너온 곰, 브라운 가족과의 만남, 자연사 박물관의 악당, 그리고 관용과 친절이라는 메시지. 문제는 언제나 같다. 이 익숙한 이야기를 무대에서 왜, 그리고 어떻게 다시 해야 하느냐다.
놀랍게도 평단의 반응은 거의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작품은 “순수한 극장 마법”이고, “정서와 톤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며”, “따뜻함과 친절로 가득 찬 새로운 뮤지컬”이라는 평가. 어떤 이는 아예 “새로운 메리 포핀스”라고 불렀다. 잘 알려진 이야기를 무대라는 공간에 맞게 다시 상상했고, 과시하지 않으면서도 이길 줄 아는 공연이라는 뜻이다. 특히 이 작품이 던지는 관용의 메시지가 오늘날의 영국 사회, 더 넓게는 반이민 정서가 확산된 현실과 맞물려 의미 있게 울린다는 점도 여러 평론가가 짚었다.
물론 모두가 무조건적인 찬사를 보낸 것은 아니다. 영화가 지녔던 날카로운 위트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고, 이야기가 다소 과밀하다는 평가도 있다. 다문화적 런던을 다루는 방식이 피상적이라는 비판 역시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런 비판 뒤에는 묘하게 비슷한 문장이 따라붙는다. “그래도 이 곰을 거부하기는 어렵다.” 어떤 평론가는 아예 “마멀레이드 샌드위치보다 달콤하다. 저항은 무의미하다”고 적었다.
음악에 대한 평가는 조금 더 신중하다. 팝 차트 1위를 수차례 기록한 작곡가의 첫 웨스트엔드 작품답게, 노래들은 친절하고 듣기 좋으며 가족 관객을 정확히 겨냥한다. 다만 공연장을 나서며 모두가 따라 부를 ‘압도적인 히트 넘버’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의견이 갈린다. 대신 평단은 이 음악이 지나치게 튀지 않으면서도 극의 흐름을 부드럽게 받쳐주고, 런던과 마멀레이드, 그리고 곰이라는 세계를 가볍게 확장한다고 평가한다. 화려한 폭발 대신, 안심시키는 방식의 음악이다.
무대 디자인은 거의 만장일치로 호평을 받는다. 페루의 정글에서 현대 런던까지를 옮겨 다니는 무대는 블랙 캡과 빨간 전화박스, 윈저 가든, 심지어 실물 크기의 기린까지 등장시키며 런던에 대한 러브레터처럼 펼쳐진다. 과감하고 분주하지만, 무대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리고 결국 이 공연의 성패는 한 질문으로 모인다. 곰은 과연 무대 위에서 살아 있는 캐릭터가 될 수 있을까.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면서도 영리하다. 무대 위에는 실제로 곰 탈을 입은 배우가 있고, 무대 밖에서는 또 다른 배우가 목소리와 표정을 담당한다. 이 두 퍼포먼스가 결합된 패딩턴은 인형도, 배우도 아닌 하나의 캐릭터로 존재한다. 평론가들은 이 곰을 최근 웨스트엔드가 만들어낸 가장 성공적인 무대적 창조물 중 하나로 꼽는다. 워 호스의 말 인형이나 《위키드》의 상징적 순간과 나란히 언급될 정도다.
결국 《Paddington the Musical》은 완벽한 작품은 아니다. 이야기는 조금 많고, 음악은 다소 얌전하다. 하지만 별 다섯 개 리뷰가 쏟아진 이유는 분명하다. 이 작품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고, 무대를 영화의 대체물로 만들려 하지 않으며, 친절과 관용이라는 중심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이 곰이 웨스트엔드에서 성공한 이유는 단순하다. 귀엽기 때문이 아니라, 무대라는 공간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웨스트엔드에서, 그 정도 판단력을 가진 작품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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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쩡해 보일 때가 가장 위험하다"
2026년 영국 공연의 미래
영국 공연이 위기라고 하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웨스트엔드 극장은 여전히 화려하고, 객석은 꽤 차 있으며, 공연 후 박수도 끊이지 않는다. 로비에서는 와인 잔이 부딪히고, 프로그램북은 여전히 두껍다. 이쯤 되면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위기라기엔 꽤 멀쩡하지 않나?” 하지만 영국식 위기는 늘 이렇게 시작된다. 시끄럽지 않고, 격앙되지도 않는다. 대신 아주 예의 바르게, 아무도 소리 내지 않는 방식으로 체력이 빠져나간다. 지금 영국 공연계가 바로 그 상태다.
2026년을 앞둔 영국 공연 현장의 공통된 분위기는 묘하게 닮아 있다. 모두가 침착하다. 과장도 없고, 분노도 없다. 대신 반복되는 문장이 있다.
“이대로 가면 곧 문제가 된다.”
문제는, 이 문장이 이미 여러 해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도 공연 이야기를 하면 늘 정부, 정책, 공공 지원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이는 영국 공연 생태계가 국가에 의존하는 예술이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영국은 오래전부터 공연계의 일부 영역을 시장에 맡기면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왔다. 지역 투어 공연, 신작 개발, 장애 접근성 공연, 청소년과 교육을 위한 예술, 신인 작가와 연출가 육성. 이 영역들은 흥행만으로는 유지되지 않는다. 그래서 영국은 이를 수익 사업이 아니라 공공 인프라에 가깝게 다뤄왔다. 도서관이나 도로처럼, 없어지면 안 되는 것으로 취급해온 셈이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지원이 많아서가 아니다. 그 인프라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데 있다. 제작비와 인건비는 가파르게 오르는데, 공공 재정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극장들은 매 시즌 더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는다. 새로운 작품을 할 것인가, 아니면 검증된 고전을 다시 올릴 것인가. 신인 작가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이미 이름이 알려진 배우를 부를 것인가. 위기가 깊어질수록 선택은 점점 안전한 쪽으로 기울어진다.
문제는 공연이라는 예술이 안전함만으로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점이다. 고전 작품의 재공연과 스타 캐스팅은 단기적으로 객석을 채울 수 있지만, 반복될수록 새로운 관객과 미래의 창작자는 사라진다. 공연산업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실패가 아니라, 무난함이 일상이 되는 순간이다.
이 모든 논의를 관통하는 질문은 하나다. 공연을 계속 ‘버티는 산업’으로 둘 것인가, 아니면 다시 상상할 가치가 있는 문화로 볼 것인가. 2026년은 그 질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영국 공연은 지금 무대 위에서 싸우고 있지 않다. 대신 회의실에서, 예산표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체력이 빠져나가고 있다. 아직 극장은 문을 닫지 않았다. 아직 박수도 나온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아직 괜찮지 않나?” 영국식 위기는 늘 이 질문과 함께 시작된다. 그리고 대개, 그 질문에 가장 먼저 대답하는 것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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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공연계 ‘연봉 양극화’
런던과 지역 극장, 관리직 연봉 최대 1.5배 차이
영국 공연계의 허리 역할을 하는 상근 관리직들의 연봉이 근무 지역에 따라 뚜렷한 ‘온도 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급 체계가 중심인 배우나 기술진과 달리, 연봉제를 채택하는 운영 인력 사이에서도 런던 웨스트엔드와 지역 도시 간의 격차가 명확해 공연계 내에서도 ‘런던 쏠림 현상’에 대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연봉 격차는 비단 관리직뿐만이 아니다. 실제 공연을 올리는 제작 인력들의 주급(Weekly Rate) 체계에서도 런던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2024-2025년 협약에 따르면, 1,100석 이상의 웨스트엔드 대형 극장 배우 최저 주급은 £880.10인 반면, 지역 소규모 극장은 £546.61수준에 그쳤다. 무대 운영의 핵심인 무대감독(SM) 또한 웨스트엔드에서는 주당 최소 £1,028.89를 보장받지만, 지역 극장에서는 그 기대치가 대폭 낮아지는 구조다.
현지 전문가들은 런던의 높은 연봉이 세계적인 수준의 임대료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분석하면서도, 지역 극장과의 격차가 벌어질수록 우수한 관리 및 기술 인력이 런던으로만 쏠리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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