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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키드(Wicked), 웨스트엔드 역대 9번째 최장기 공연 돌파
코리안위클리  2025/11/14, 06:54:51   
ⓒ Matt Crocket
11월 1일, 런던 아폴로 빅토리아 극장 무대 위에서 하나의 조용한 기념식이 열렸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를 통틀어 수많은 관객을 마법으로 이끈 뮤지컬 ‘Wicked’가 웨스트엔드 역사상 아홉 번째로 가장 오래 공연된 작품이라는 이정표를 공식적으로 기록한 순간이었다. 이제 ‘Wicked’는 같은 극장에서 7,406회 공연된 ‘Starlight Express’를 넘어, 아폴로 빅토리아 극장 역사상 최장기 공연작이라는 타이틀도 함께 거머쥐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플라크가 무대 위에 새롭게 설치되었고, 공연 관계자들과 일부 팬들의 따뜻한 박수 속에 이 마일스톤은 조용히 빛났다.

“Wicked가 웨스트엔드 역사상 9번째로 긴 공연 기록을 세웠다는 사실, 그리고 아폴로 빅토리아 극장의 최장기 공연이라는 기록을 경신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 모든 것은 수년간 헌신해온 출연진과 음악가들, 무대 뒤와 극장 앞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킨 모든 스태프 덕분입니다. 무엇보다도, 매 공연마다 열정으로 함께해준 수백만 관객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프로듀서 데이비드 스톤은-

이 무대의 주인으로서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극장 측 역시 감격을 감추지 않았다.
ATG 엔터테인먼트의 최고 콘텐츠 책임자 마이클 라이너스는 아폴로 빅토리아 극장의 소유주로서, Wicked가 이곳의 가장 오래된 공연작이 되었다는 사실은 진심으로 자랑스럽다고 말했고, 이 작품은 웨스트엔드의 진정한 보석이며, 19년 전 처음 런던 무대에 올랐던 그날처럼 여전히 빛나고 있으며, 이 공연을 위해 헌신해온 제작진, 창작진, 배우와 연주자, 그리고 극장의 앞뒤에서 함께해준 모든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소감을 남겼다.
클래식 반열에 오른셈이다.
2006년 런던에 첫선을 보인 ‘Wicked’는 작곡가 스티븐 슈워츠와 작가 위니 홀츠먼이 공동 창작했으며, 그레고리 머과이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전통적인 동화 속 ‘나쁜 마녀’의 기원을 재해석하며, 우정과 편견, 권력과 진실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그려낸 이 작품은 개막 당시부터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인정받아왔다.
오늘날, ‘Wicked’는 단순한 흥행작을 넘어, 세대를 잇는 문화 현상이 되었다. 런던은 물론, 뉴욕, 도쿄, 시드니, 서울 등 전 세계 관객들이 이 녹색 마법에 매혹됐으며, “Defying Gravity”는 이미 뮤지컬 넘버를 넘어 하나의 찬가로 자리잡았다.
이번 기록 갱신은 ‘Wicked’가 이제 영국 공연 역사에 길이 남을 전설적 무대의 반열에 올라섰음을 상징한다. 현재 웨스트엔드 역사상 최장기 공연 리스트에는 ‘쥐덧’,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라이온 킹’, ‘캣츠’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그 가운데 ‘Wicked’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관객을 마법 속으로 초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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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OVESTAGE IMAGE LIBRARY
ⓒ ILOVESTAGE IMAGE LIBRARY
 
AI가 공연 예술의 구원자인가?

이머시브 시어터의 제왕이라 불리는 펀치드렁크(Punchdrunk)가 또다시 한계를 무너뜨렸다. 창립 25주년을 맞은 이 극단은 최근 신작 《Lander 23》을 공개하며, 관객들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공연은 어디까지가 가상인가?”
배우는 없다. 무대엔 사전 녹음된 오디오만 흐르고, 조명과 음향이 스토리를 이끈다. 관객은 그저 보는 이가 아니라, 게임처럼 스테이지를 ‘플레이’하는 사람이 된다. 공연과 게이밍의 이 전대미문의 결합은, 단순한 형식 실험이 아니다. 이는 무대 예술의 근본을 다시 묻는 본질적 도전이자,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알리는 선언에 가깝다.
이 실험의 중심에 선 펀치드렁크의 창립자 펠릭스 바렛(Felix Barrett)은, 기술과 예술 사이에 가로놓인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을 향해 찬탄도, 경계도 아닌 균형 있는 시선을 보냈다.
그는 “AI가 예술가를 대체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만큼 위험한 착각은 없다. 하지만 창작을 보완하고, 상상력의 반경을 넓히는 도구로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5년 전 꿈꾸기만 했던 수천 개의 분기와 상호작용적 구조들, 당시엔 비용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그 모든 것들이 AI 덕분에 이제 현실이 될 수 있다. 조심스럽고 정직하게 접근한다면, AI는 예술을 확장시키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흥미롭게도, 이번 작품 《Lander 23》에는 AI 기술이 직접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 자체가 보여주는 구조적 상상력-게임 메커니즘 기반의 몰입, 배우 없는 인터랙션, 유저 주도형 스토리텔링-은 명백히 AI 기반 제작의 미래를 예고한다. 특히, 이 공연은 수많은 기술적 변수와 제작 난이도 속에서 초연일을 두 달 가까이 미루는 결정을 내렸다. 진짜 몰입형 경험은 설계된 우연 속에서 피어나기 때문이다.
기술의 진보는 언제나 창작자들에게 유혹과 공포를 동시에 안긴다. 특히 공연처럼, 수천 년 동안 사람의 몸과 목소리를 중심으로 전해져온 예술 장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펀치드렁크는 늘 그랬듯, 고전적인 질문 대신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쪽을 선택했다. 이들은 ‘기술이 예술을 위협할까?’라고 묻지 않는다. 대신 ‘기술이 없다면 지금 우리가 꿈꾸는 이야기를 구현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AI가 무대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펠릭스 바렛은 누구보다 먼저, 그것이 들고 오는 가능성과 위기를 정면으로 마주한 연출가다.
그는 공연의 미래를 말하면서도 결코 낭만에 기대지 않는다. 그에게 기술은 마법이 아니다. 다만, 진짜 마법이 일어날 수 있도록 발판을 놓아주는 도구일 뿐이다.
“기술은 길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길을 만들 용기가 있는 이들에게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그가 남긴 이 말은, 공연계가 지금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가장 현실적인 메시지일지 모른다.
무대는 바뀌고 있다. 배우 대신 알고리즘이 등장하고, 객석 대신 조이스틱을 쥔 관객이 스토리를 이끈다. 불편한가? 그렇다. 하지만 창작이란 늘 불편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AI는 공연을 죽일까, 아니면 구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극장 안에서 만들어지는 중이다. 그리고 그 실험의 최전선엔 지금도 펀치드렁크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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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스타들의 출발점은 연극무대

영국의 대표적인 영화·TV 배우 열 명 중 여섯 명은 공연 무대의 커튼콜에서 시작했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스크린 스타들의 상당수가 연극 무대에서 첫 발을 내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조사는 London Theatre Direct가 수행했으며, 2000년부터 2025년 사이 BAFTA, 오스카 등 주요 영화 및 텔레비전 상을 수상한 114명의 영국 배우를 대상으로 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60%가 연극 무대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이들 중 약 절반은 여전히 무대 위에서 활동 중이라는 것이다. 연극은 배우의 근육을 단련시키는 훈련소이며, 이 기반이 스크린에서도 강력하게 작용한다. 영국 영화와 방송의 미래를 이야기하려면, 무대 예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우선돼야 한다는 말로 귀결된다.
무대 경력이 단순한 시작점이 아니라 배우 경력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이번 연구에서 드러났다. 응답자 중 76%는 정규 연기 교육을 이수했고, 이 중 20%는 RADA(왕립연극학교) 졸업자였다. 반면 24%는 전통적인 드라마 스쿨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스크린 스타로 성장했다. 이는 오늘날 연기 산업이 보다 다양한 배경과 진입 경로를 수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세대별로 살펴보면 흥미로운 변화가 있다. 1975년 이전 출생자는 연극을 시작점으로 삼은 비율이 65%에 달했고, 현재도 절반 가까이가 무대에 서고 있다. 1976년부터 1985년 사이 출생자의 경우, 54%가 연극에서 출발했으며, 1986년 이후 출생자 중에는 그 비율이 52%로 소폭 감소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젊은 세대에서 현재 무대에 활발히 서는 비율이 단 28%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호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와 기회의 문제로 해석될 수 있다. 점점 더 많은 젊은 배우들이 직접 스크린으로 진입하거나,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커리어를 시작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 통계도 흥미롭다. 조사 대상 배우들의 47%가 런던 출신이었으며, 이는 수도권 중심의 교육 인프라와 오디션 기회가 얼마나 편중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수상 실적 면에서도 인상적인 결과가 나왔다. 전체 응답자의 75%는 BAFTA 수상자, 16%는 오스카 트로피의 주인공이며, 14%는 두 상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국 연기자들이 국제적 수준에서도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보고서는 단순히 배우의 시작점을 추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무대가 단순한 연기 수업의 장이 아니라, 창의성과 기량을 실제로 연마하는 살아 있는 훈련소임을 보여주는 데이터 기반의 증거다. 또한, 연극 산업과 연기 교육이 위축되고 있는 오늘날, 왜 영국이 이 전통을 지켜야 하는지를 역설하는 강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영국 스크린의 미래는 무대 위에서 조용히 준비되고 있다. 그리고 그 무대는 여전히, 오늘의 스타를 내일로 이끄는 가장 강력한 발판이다.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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