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인가, 쇠퇴인가? 아니면 …’
20세기 후반부터 서구 사회, 특히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기독교 인구와 교회 출석률이 꾸준히 감소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팬데믹 이후 영국 교회가 심각한 교인 감소 위기에 직면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통념처럼 받아들여집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Evangelical Alliance(이하 EA)의 ‘Changing Church 2025’ 보고서는 이러한 단순한 쇠퇴론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이 보고서는 ‘영국 교회가 단순히 변화하는 것을 넘어 양극화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즉, 더 유연하고 영적으로 갈급한 새로운 지형이 부상하는 동시에, 인적·재정적 자원은 소수의 대형 교회로 집중되면서 성장과 위기가 공존하는 역설적인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전체 교인 수는 증가, 주일 예배 참석자는 감소
보고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출석의 역설’입니다. 즉. 영국 교회 출석률은 2020년부터 2025년 사이에 평균 13% 증가했지만, 매주 예배에 출석하는 개인의 비율은 12%가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 데이터가 드러내는 것은 참여 방식의 변화입니다. 교회는 매주 출석하는 ‘핵심 신자’(?)의 비율은 줄었지만, 훨씬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데에 성공하고 있는 듯합니다.
최근 영국 성공회가 발표한 자료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는데, 2024년 기준 Church of England 온라인 예배 영상은 2,100만 회 조회를 기록했으며, 전체 교회 중 약 3분의 1이 온라인 예배를 꾸준히 운영하고 있고, 현재는 예배자 중 약 11%가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즉, 영국 교회의 13% 출석교인 증가라는 수치는 영국 교회가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코로나 이후에도 여전히 잘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대형 교회는 성장, 소형 교회는 위축
하지만, 영국 교회의 성장이 모든 곳에서 동일하게 일어나고 있지는 않습니다. 교회 규모에 따른 성장 격차, 즉 ‘양극화’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즉, 상위 4분의 1에 해당하는 대형교회들은 18% 성장한 반면에, 하위 4분의 1에 해당하는 작은 교회들은 오히려 교인 수가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격차는 재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대형 교회의 상위 절반에 속하는 교회의 70%가 헌금 증가를 경험했지만, 소규모의 작은 교회의 경우에는 3분의 1만이 재정의 증가를 경험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추세는 소수의 대형 교회가 자원과 영향력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오랫동안 영국 교회의 특징이었던 다채로운 교회 생태계의 건강성을 위협하는 잠재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영적인 관심 폭발적 증가
보고서가 전하는 또다른 흥미로운 소식이 있습니다. 그것은 포스트모던 사회는 세속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영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교회들은 2021년에 비해 2배 더 많은 사람들이 처음으로 신앙을 고백했다고 조사되었고, 신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질문하며 교회를 찾는 사람들의 수도 팬데믹 이전보다 거의 2배 증가했다고 합니다.
비그리스도인을 교회 활동에 초대한 사람의 비율이 2021년 37.5%에서 2025년 63%로 급증하였는데, 이는 영적 탐구에 대한 새로운 문이 열리고 있음을 시사하는 좋은 증거입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러한 새로운 신앙 결신이 교인 수 대비 비율로 측정했을 때 교회 규모와 상관없이 유사하게(2.1~2.7%)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복음 전도의 효과가 대형 교회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모든 규모의 교회가 이 영적 부흥의 중심에 설 수 있음을 보여 주는 희망적인 지표입니다. 이것은 영국 내에 개교회를 넘어선 영적인 기류의 변화가 생긴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을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교회 지형도, 건강한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
2025년 1월 29일부터 2월 24일까지 설문 조사가 진행된 보고서는 올 해 6월 9일에 공식 발표되었습니다. 앞에서 이 보고서가 전하는 3가지 진실을 분석해 보았는데, 이러한 분석은 개별적인 현상이 아니라, 영국 교회가 겪고 있는 거대한 ‘재편’과 ‘양극화’ 라는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조각들로 보여집니다. 전체 교인 수는 늘었지만, 그 성장은 대형 교회에 집중되고 있으며, 이 성장의 동력 중 하나는 규모와 상관없이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영적 탐구의 물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 이면에는 봉사자 부족과 실질적인 재정 압박이라는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혹자의 말처럼, 영국 교회는 단순한 쇠퇴의 길을 걷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소수의 허브로 자원이 집중되면서도, 곳곳에서 새로운 신앙의 싹이 트는 복잡하고 역동적인 시기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동적인 변화의 물결 속에서 10년 후 영국 교회의 모습은 과연 어떻게 그려질까요? 또한 그 영국 교회와 한 지붕 두 가족을 이루고 있는 한인디아스포라 교회의 미래 모습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요? 교회가 본질적인 기능에 더 힘을 다하고, 형식에는 조금 더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다음 세대를 위한 더 건강한 교회 생태계와 지형도를 함께 만들어 갈 수만 있다면, 생각보다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한인디아스포라 교회가 영국의 선교적 현장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박종범 목사
런던 열방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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