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FF가 쌓아 올린 10년은 한국과 아시아가 ‘문화 외교’의 언어로 영국과 대화해 온 시간
런던아시아영화제(LEAFF, London East Asia Film Festival 집행위원장 전혜정)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다.
2025년 10월 23일(목)부터 11월 2일(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영화제는 런던의 대표적인 동아시아 영화 축제로, 한·중·일·홍콩·대만·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전역의 작품을 아우르며 지난 10년간 문화와 영화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개막식은 런던 오데온 럭스 레스터 스퀘어(ODEON Luxe Leicester Square) 에서 펼쳐진다.
홍콩 느와르의 전설 오우삼 감독의 명작 하드보일드 (Hard Boiled, 1992, 홍콩)가 33년만에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발표되어 영국에서 최초 상영으로 막을 올린다. 주연은 주윤발과 양조위이다.
폐막작은 이상일(Lee Sang-il) 감독의 신작 국보 (Kokuho, 2025, 일본)로, 이번 10주년을 장식할 화려한 피날레를 선보인다.
이번 특별 기념 프로그램은 지난 10년간의 여정을 돌아보며, 새로운 목소리와 거장 감독들의 작품을 통해동아시아 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한다. 관객들은 다양한 문화적 관점과 실험적 서사를 통해 영화가 가진 경계 없는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영화제는 30편 이상의 영국 및 국제 프리미어작을 포함해 총 45편이 오데온 럭스 레스터 스퀘어와 런던 시네마뮤지엄 등 최고급 상영관에서 펼쳐진다. Dolby Vision과 Dolby Atmos를 통해 한층 강화된 영상·음향 퀄리티로, 아시아 영화의 유산을 경험하고 동시에 미래의 스토리텔링을 탐색한다.
GALA 섹션
스페셜 갈라에서는 배우이자 감독인 하정우가 직접 연출하고 출연한 신작 <윗집 사람들>이 국내 개봉도 전에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상영으로 이루어진다. 사소한 층간 소음으로 시작된 갈등이 두 부부의 식사 자리에서 예상치 못한 진실과 감정의 폭발로 이어지는, 세밀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심리극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첫 공개된 이 작품을 들고 하정우 감독이 직접 런던을 찾아, 관객과의 특별한 대화(Q&A)를 진행한다.
스포트라이트 갈라에서는 인도네시아의 거장 가린 누그로호(Garin Nugroho) 감독의 시적이고 환상적인신작 삼사라(Samsara) 가 상영된다. 1930년대 발리를 배경으로, 사랑을 얻기 위해 원숭이왕과의 어둡고 신화적인 계약을 맺은 한 남자의 비극적 여정을 그린다. 감독은 현장을 찾아 관객과 함께 작품 속 신화, 의식,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LEAFF 오피셜 셀렉션
올해 LEAFF 공식 초청작은 세계 주요 영화제의 화제작부터 대담한 예술영화까지, 동아시아 영화의 깊이와 다양성을 아우르는 뛰어난 라인업으로 구성되었다. 홍콩의 거장 욘판(Yonfan) 감독은 드물게 두 작품을 동시에 선보인다. 조셉 시에(Joe Hsieh)와 공동 연출한 애니메이션 느와르 Praying Mantis는 어린아이를 구하기 위해 남자들을 유혹하는 돌연변이 사마귀의 이야기를 그린 18분짜리 단편으로, 감독의 철학과 스타일이 집약되어 있다. 이 작품은 감독의 자전적 다큐멘터리 Crossing Years와 함께 상영된다.
일본의 가와세 나오미(Naomi Kawase) 감독은 야쿠시마의 환상(Yakushima’s Illusion) 으로 돌아온다. 신비로운 안개에 둘러싸인 야쿠시마 섬을 배경으로, 프랑스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코리’가 윤리적·문화적 경계 속에서 사랑과 상실, 치유를 탐색하는 과정을 시적으로 담아냈다.
중국의 차이상쥔(Cai Shangjun) 감독의 The Sun Rises on Us All은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초청되어 배우 신즈레이(Xin Zhilei) 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화제작이다. 오랜 세월의 비밀과 상처를 안은 두 인물이 다시 만나며 기억과 진실을 마주하는 서정적 드라마다.
올해 LEAFF 공식 초청작의 또 다른 주요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 Sons of the Neon Night : 칸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강렬한 홍콩 액션 느와르
■ Green Wave : 중국의 재치 있는 사회 코미디
■ Behind the Shadows : 고천락 주연의 홍콩 느와르
■ 96 Minutes : 신예 배우 오스틴 린(Austin Lin) 주연의 대만심리 드라마
■ 얼굴 : 연상호 감독의 최신작
■ Family Matters : 사랑과 세대 간 관계를 섬세하게 탐구한 작품
MASTERS OF CINEMA
마스터즈 오브 시네마 섹션은 동아시아 영화의 거장들과 그들의 예술적 비전을 조명한다. 봉준호 감독의 걸작 살인의 추억이 특별 상영되며, 촬영감독 김형구가 직접 참여해 시각적 연출과 협업의 과정에 대한 심층대담을 나눈다. 또한 한국 전쟁 대서사 태극기 휘날리며가 상영되고, 신보경 미술감독이 참석해 파친코 등 글로벌 작품까지 이어진 세계적 미술 디자인의 여정을 들려준다.
STORIES OF WOMEN
여자 이야기 섹션은 세대와 국경을 넘어 여성의 서사와 연대를 조명한다. 프로젝트 Y는 서로만을 의지하는두 여성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벌이는 범죄와 배신, 생존의 느와르 드라마다. 허가영 감독의 단편 첫여름은 칸영화제 라시네프 1등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사랑과 상실, 선택을 섬세하게 탐구한다.
Pavane for an Infant은 여성의 재생산권과 사회적 낙인을 다층적으로 다룬 말레이시아·홍콩 합작이다.
Human Resource는 태국의 부조리한 직장 내 현실 속에서 임신이라는 선택 앞에 선 여성을 통해 사회적 현실을 담담히 그린다.
TIMELESS CLASSICS
이 섹션에서는 동아시아 영화사의 불멸의 고전들을 새롭게 복원하여 선보인다. 홍콩의 거장 두기봉(Johnnie To)의 느와르 PTU (2003)가 4K 복원판으로 상영된다. 심야의 홍콩을 배경으로 한 긴박한 하룻밤의 이야기를 통해 도시와 인간의 본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걸작이다.
대만영화시청각연구소(TFAI)와 협력해 상영되는 Lonely Seventeen (1967), Goodbye! Darling(1970), The Story of a Small Town (1979)은 대만 사회의 변화를 시대별로 비추는 세 편의 대표작이다.
또한 한국영상자료원과 협력하여 미망인(1955), 자유부인(1956), 지옥화(1958) 등 전후 한국영화의 세 작품을 김홍준 원장 큐레이션으로 상영한다. 이들 작품은 전쟁 이후 변화하는 사회 속 여성의 역할과 계급, 자유를 주제로 한 한국 근대 여성서사의 귀중한 기록이다.
FUTURE FRAMES: AI
올해 새롭게 신설된 AI 시네마 섹션(Future Frames: AI)은 한국 최초의 AI 제작 장편영화 런 투 더 웨스트(Run to the West) (강윤성 감독)으로 막을 올린다. 생과 사의 경계에 갇힌 영혼들과 그들을 사라지게 하려는 사신들의 추격을 그린 혁신적인 SF 액션 스릴러다. 내셔널 초상화 갤러리에서 상영과 함께 강윤성 감독의 관객과의 Q&A도 진행된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와의 협력을 통해 AI 기반 단편 영화 컬렉션도 함께 선보이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서울국제AI필름페스타, 제주국제AI필름페스티벌와 공동으로 제작된 AI 단편 특별 상영전도 열린다. 감독 오로이(Roy Oh) 와 조팬(Zo Fan) 이 직접 참석해 창작 과정과 예술적 접근법을 관객과 공유한다.
경쟁 부문
올해 LEAFF 경쟁 부문(Competition) 은 장편 4편 이하를 연출한 신진 감독 8명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수상작은 폐막식에서 LEAFF 위원회가 선정·발표한다.
■ 96 Minutes : Hung Tzu-Hsuan 감독
■ Behind the Shadows : Jonathan Li, Chow Man-yu 감독
■ Family Matters : Pan Ke-Yin 감독
■ Green Wave : Lei Xu 감독
■ Pavane for an Infant : Chong Keat Aun 감독
■ Project Y : 이환 감독
■ The People Upstairs : 하정우 감독
■ Girl : 서기 Gwen Lin-mei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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