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만남에서는 성격을 많이 본다. 성격이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취미나 MBTI를 고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만큼 자신과 잘 맞는 배우자를 찾으려고 한다.
성격을 얘기하다 보니 떠오르는 커플이 있다. 15년쯤 전의 일이다.
30대 초반의 쌍둥이 형제가 가입을 했다. 일란성으로 얼굴, 키, 체격도 똑같고, 직업도 같았다. 두 사람 다 엔지니어로 탄탄한 회사에 근무하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성격만은 정반대였다. 형은 내성적이고 숫기가 없지만, 점잖고 신중한 편이었고, 동생은 반대로 외향적이고 활달한 스타일이었다.
20대 후반의 교사 여성이 있었다. 인상 좋고 가정교육도 잘 받은 결혼상대로 괜찮은 여성이었다. 이 형제와 어울릴 것 같았는데, 무난한 성격이 좋다는 말에 두 사람 중 누구여도 괜찮을 것 같아서 형을 소개했다.
만남 후 양쪽의 피드백을 확인했더니 형은 좋다면서 더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여성은 갸우뚱하면서 “다 좋은데 성격이 너무 내성적이라 답답해요”라고 했다. “낯을 좀 가리는 편이라서요. 몇 번 더 만나면 더 편해질 텐데.”라고 설명했지만, 여성은 형을 더 만나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두 사람 다 좋은 사람들이라 잘됐으면 했는데, 참 아쉬웠다. 더 설득을 해볼까 고민하고 있는 차에 동료 매니저가 아이디어를 냈다. 형의 소심한 성격 때문이라면 활달한 동생을 소개하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일리 있는 생각이었지만, 형과 선을 본 여성에게 동생을 소개한다는 게 내키지는 않았다. 설령 형이 양해를 하더라도 동생이 거절할 수도 있고, 정반대의 상황일 수도 있고, 또 여성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사람 생각은 알 수 없는 것이라서 시도는 해봐야겠다 싶었다. 세 사람에게 다 양해를 구해야 하는 복잡한 일이었다.
먼저 여성에게 설명을 했더니 의외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사귄 것도 아닌데요. 얘기가 잘된다면 형제분이 멋진 거죠”라고 했다. 그 다음으로 형에게 얘기를 했더니 “인연은 따로 있는 거 같아요. 저도 그분 만나면서 그 자리에 동생이 나갔어야 했는데 싶었어요”라며 오히려 반가워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동생에게 전후사정을 설명하고 여성을 추천했다. 그는 “여성 분이 오케이하면 전 괜찮아요”라고 해서 일은 쉽게 풀렸다.
그렇게 동생과 여성이 만났다. 만남 결과는 양쪽 다 대만족이었다. 형과의 인연도 있고 해서 좋은 감정으로 결혼까지 잘 진행됐다.
이렇게도 인연이 되는 게 남녀관계인 것 같다.
이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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