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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mela_Rait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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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성경, <렌트>는 푸치니의 라보엠, <레미제라블>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는 것.
하지만 요즘 뮤지컬의 영감의 원천은 영화다. <금발이 너무해>, <프리티 우먼>, <백 투 더 퓨처>, <미스 다웃파이어>까지 현재 웨스트엔드에서 공연 중인 7개의 뮤지컬은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이런 시장 분위기에서 뮤지컬 <식스>, <나는 왜 싱글인가> 같은 창작 뮤지컬의 제작은 미친 도박이다.
2017년 무명의 케임브리지 대학교 학생들이 “티켓을 팔겠다는 의식 없이 그저 재미있고 우스꽝스럽다고 생각되는 것을 썼을 뿐”이라며 뮤지컬 <식스>를 쓰고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에서 소개했지만 지금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티켓을 팔고 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를 히트작으로 만든 것은 헨리 8세의 아내들이 만나 패권을 놓고 싸우게 하는 내용만이 아니라 여왕들의 치열한 경쟁심을 활용하고 그들의 대결을 콘서트로 전환하여 현대 팝 디바의 찬사와 걸 파워를 가미한 긴밀한 구조의 경쟁이라는 완벽한 형식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식스>는 역사에서 비롯된 작품이지만, 완전히 독창적인 뮤지컬의 극히 짧은 목록에 합류했다는 점에서 특히 인상적이다.
에든버러 프린지에서 재미있는 공연으로 시작하여 23개의 국제적인 상을 휩쓴 이 작품은 웨스트엔드의 보드빌 극장에서 지금까지 영국 투어를 진행 중이며 Spotify에서는 5억 회 이상의 스트리밍을 기록하여 해밀턴에 이어 플랫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뮤지컬 극장 공연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웨스트엔드의 전통적인 관객층보다 젊은 관객층을 겨냥한 새로운 작품들이 계속해서 소개되고 있다. 스윙을 포함한 다수의 출연진에 밴드, 제작진까지 합치면 웨스트엔드 공연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누가 모험을 시작하고 <식스>와 같은 다음 히트작은 어떤 이야기로 언제 나타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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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sh ink Theatre |
2인극 화제작 캐빈 피버 (Cabin Fever)
2024 에든버러 프린지 공연작인 <캐빈 피버>는 프레쉬 잉크(Fresh ink Theatre Company)의 작품으로 관객을 기발한 기내 역학 관계의 혼돈 속으로 공감대를 교묘하게 엮어 3만 피트 상공에서 항공 여행의 특성과 경험을 능숙하게 표현한다.
이코노미 항공기의 비좁은 좌석을 배경으로 런던 히드로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장거리 비행을 하는 여행객들의 익살스러운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연결편을 놓쳐 초조해하는 사람부터 모험을 즐기는 활기찬 커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이런 영리한 캐릭터의 변화는 비행기라는 알루미늄 통 안에 갇혀 몇 시간을 보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간 본성의 단면임을 알 수 있다.
오렐리아 해리스-존스톤과 베스 마일스가 주연을 맡은 이 2인극은 런던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의 비행을 전제하고 있으며 비행기 좌석 두 개와 소품 상자 하나만 등장하는 미니멀한 무대 디자인 덕분에 대사와 비행의 부조리함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두 명의 배우가 스트레스를 받는 회사원부터 괴짜 여행객까지 다양한 승객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는데 <캐빈 피버>가 일반적인 항공 테마 코미디나 스탠드업 코미디와 차별화되는 점은 다양한 캐릭터를 연결하는 짜임새 있는 내러티브에 있다.
이 작품은 단절된 일련의 스케치나 일화를 제시하는 대신 승객들의 삶과 성격이 서로 겹치고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 연결된 이야기를 구축하는데, 비행기 기내라는 한정된 공간은 이러한 상호작용에 자연스럽게 적합하다.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캐릭터들은 같은 공간에 머물러 있어야 하기 때문에 소통이 매우 부드럽게 연결되는 것이다.
이런 연속성 요소는 코미디에 풍성함과 깊이를 더하여 연극을 단순한 유머러스한 관찰의 모음 이상으로 만들어 준다.
매너리즘이나 톤의 변화 없이도 여러 캐릭터를 구현하는 배우들의 능력은 이 공연의 강점으로 부각된다.
일부 영국의 평론가들은 캐릭터의 빠른 변화가 성격 창조 면에서 때때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대체로 잘 연습되고 유동적인 전환이 극의 빠른 에너지에 기여했다는 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또한 캐릭터 간의 상호작용은 예상치 못한 코믹하고 가슴 찡한 순간을 선사하기도 한다. 속물적인 여행객이 억지로 이코노미석에 앉게 되거나 과로한 임원이 바람둥이 여인에게 개인 공간을 침범당하는 등 상호작용은 현대 항공 여행에 대한 미묘한 사회적 논평을 드러낸다.
물론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 드러나는 지점에서는 이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에겐 다소 복합적인 감정이 나타날 수도 있겠다.
전반적으로 <캐빈 피버>는 올 에든버러 프린지에서 뛰어난 공연으로 인정받았으며, 비평가들은 향후 TV 코미디 시리즈의 기초가 될 수도 있다고 제안할 정도다.
이미 우리는 플리백(Fleabag)처럼 1인극으로 출발해 BBC 시리즈로 제작되어 전 세계인이 알아보는 수퍼 스타(Phoebe Waller Bridge)를 발견한 선례가 있다.
혁신적인 구조와 보편적인 항공 여행 경험을 공감할 수 있고 재미있게 만드는 두 배우들의 능력은 다시 한 번 세상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든다.
<캐빈 피버>는 그런 잠재력을 지닌 작품으로 앞으로의 성과를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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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성과 예술성의 조화
영국 공연계는 크게 두 가지 섹터로 나누는데 상업적인 부문(The Commercial)과 지원금을 받는 부문(The Subsidised)이다.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각 부문의 뚜렷한 특징은 보조금을 받는 단체는 정부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정부는) 적자를 감수하고 활동 예산을 책정한다는 것이고, 영리 단체는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이익을 위해 예산을 책정한다는 점이다.
확실한 것은 이 둘 사이에서 세금이든 투자금이든 둘 다 영국 국민들의 엄청난 양의 돈을 쓴다는 것 외엔 창작 과정에서 성공을 포함한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어떤 국가에서도 이 두 분야 간의 균형을 성공적으로 달성한 사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두 분야가 서로 맞물릴 때 발생하는 창의적인 불꽃은 그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매우 훌륭한 작품이 탄생하고 있다는 것이 영국 공연계의 특징이다. 두 분야 간의 성공적인 균형이란 다음과 같다.
① 예술가들의 이동과 협력 : 예술가들이 커머셜 섹터와 지원금 섹터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작업하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경우엔 커머셜 섹터에서의 작업 경험이 쌓이면 지원금으로 제작되는 공연에 참여하지 않는 경향이 보인다. 두 부문이 각기 다른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서로의 장점을 활용하여 시너지를 내는 것이 균형의 중요한 요소일텐데 영국의 공연 예술가들은 심리적 장벽 없이 쉽게 오가며 작업하는 것으로 보인다.
② 관객의 균형적 관람 : 상업성과 예술성이 조화를 이루어 관객들이 두 부문에서 모두 제작된 작품들을 균형 있게 소비하는 것. 이는 다양한 관객층을 형성하고 극장이 예술적 자유와 상업적 요구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폭넓게 봐주는 관객들의 균형 잡힌 관극 소비는 매우 부러운 환경이다.
③ 상업적 성공과 예술적 재투자 : 지원금으로 제작된 작품이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한국을 포함한 해외로 라이선스(공연권) 판매가 되는 것 또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다. 누구나 다 알고있는 뮤지컬 <레미제라블>, <마틸다>가 좋은 예다. 그렇게 벌어들인 수익이 다시 창작과 예술가 양성에 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는 매우 이상적이며, 실제로 영국 공연계가 추구하는 목표 중 하나다. 이는 궁극적으로 영국내 창작 생태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정책적 균형, 기술적 및 창의적 균형, 지속 가능한 경제적 균형 등 다양한 차원에서 해석될 수 있지만 그 본질은 상업성과 예술성, 창의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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