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잔디는 꽃이 없어도 아름답게 보이고 보는 동안 마음을 평안하게 해준다. 그런데 “The grass is always greener on the other side.”라는 속담이 있듯이 나를 평안하게 하는 잔디는 내 잔디가 아니라 옆집 잔디이다. 그렇다면 나의 잔디를 푸르게 만들 순 없을까? 이런 마음이 들 때마다 이런저런 시도를 해봤다. 멋진 정원까지는 아닐지라도 잔디라도 푸른 상태였으면 하여 비료도 주고 잡초도 뽑고 했으나 푸른 잔디 상태를 유지하기란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래서 푸른 잔디 유지하기를 포기한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여전히 나의 마음에는 푸른 잔디를 소망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푸른 잔디를 가꾸는 법에 대해 챗GPT에게 재미삼아 질문을 했더니 다음과 같이 5가지 원칙을 알려준다. 첫째, 적절한 잔디 품종 선택이 중요하다. 둘째, 정기적인 물주기가 필요하다. 셋째, 비료 사용을 통해 잔디의 영향을 공급해야 한다. 넷째, 정기적인 잔디 깎기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병해충 예방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러한 작은 실천들이 모여 건강하고 아름다운 잔디밭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Just do it! 마음이 있을 때 움직여야 뭐라도 시작할 수 있기에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먼저 눈에 띈 것은 옛날에 친근하게 느꼈던 클로버와 민들레들이었다. 내가 씨를 뿌리지도 않았고 관리하지도 않는데 어쩜 이리 잘 자라고 있는지 그동안 방치했더니 이 잔디밭은 나의 영토라는 듯이 펴져 있었다. ‘방치(放置).’ 순간 ‘그대로 버려둠’란 뜻을 가진 이 단어가 모든 문제의 시작이며 뿌리임을 깨달았다.
처음부터 방치한 것은 아니었다. 비료도 주고 잡초도 뽑고 물도 나름 열심히 주었다. 모르는 것은 주위 분들에게 묻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푸르고 건강하게 잔디를 유지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조금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누렇게 마르고 민들레나 클로버 그리고 알 수 없는 식물들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러니 재미도 잃고 관심도 사라졌다. 이것이 이유라면 이유였다.
그렇지만 이것이 저만 갖는 문제점은 아닐테다. 푸른 잔디를 갖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문제이리라. 만일 옆집의 잔디가 정말로 푸르다면 더 많은 관심, 비용, 노력이 들어가 있는 거다. 이웃에게 물어보니 푸른 잔디를 유지하려고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공부하고 실패를 반복하면서 지금까지 왔다고 한다. 해봤는데 안 되더라는 핑계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왜 이리도 조급한지. 오히려 조급함으로 인하여 시간을 적으로 삼았고 그 결과 포기도 쉽고 방치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방치했었다. 생각해 보면 방향을 알고 방법은 배워가면 시간은 나의 편이었다. 당연히 조급함을 내려놓으면 여유를 가질 수 있었을 거다.
이것이 잔디만의 문제일까. 포기하고 방치하는 순간 내가 심으려 애쓰지 않던 온갖 잡초들이 가든에서 자라듯이,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옛 모습 그대로 방치하고선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마음 정원도 마찬가지다. 나의 마음 정원도 아름답게 가꾸고 싶다는 바람과 소원이 방향을 결정하고 방법을 찾게 만든다. 비교, 조건, 환경, 배경, 사람 등을 탓하는 것만으로 변화는 생기지 않는다. 남의 잔디, 남의 일에 신경을 쓰는 것 보다, 나의 잔디와 나의 일생을 더 관심을 가지고 사랑하기에도 주어진 시간을 살기에 바쁘다.
예수님께서 4가지 종류의 땅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길가, 돌밭, 가시밭, 좋은 땅은 흙의 상태가 서로 다르다. 모든 땅이 씨를 심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그럼에도 복음서에 나온 씨를 뿌리는 자는 땅을 가리지 않고 뿌린다. 이것은 모든 이에게 열매를 맺을 기회가 있음을 알려준다. 즉 열매를 맺는 변수는 오직 ‘나의 변화’뿐이다. 열매를 맺고 싶은데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바꾸면 된다. 푸른 잔디를 갖고 싶은가? 그렇다면 푸른 잔디를 갖겠다고 결정하고 그 방향을 향하여 가면 되듯이, 신앙의 열매를 맺기를 원한다면 그 마음을 결정하고 땅을 개간하면 된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을 가리거나 씨를 뿌리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데, 나의 조급함과 미숙함으로 인하여 더 나은 믿음의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스스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여전히 인생을 살기에는 모르는 것이 많다. 미숙하고 실수하고 넘어지고 쓰러진다. 그래도 내 잔디가 더 나아질 일만 남았듯이 나의 인생은 항상 주님 안에서 더 아름답게 성숙해진다고 믿는다.
좋은 마음의 정원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면, 이제는 첫 시작을 해야 할 때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좋은 씨앗인 예수님의 말씀을 선택, 예배와 꾸준한 기도생활, 주님의 은혜를 묵상하고 감사하기, 교만과 자만은 제거하기, 사단의 시험에 들지 않고 악과 싸우기 등 꾸준히 실천하였으면 한다. 이런 복음을 심고 가꾸는 경험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큰 기쁨과 행복을 줄 것이다.
백장현 목사
아름다운 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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