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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망가의 영국 무대 점령
코리안위클리  2024/05/17, 00:27:51   
일본과 영국 관객 사이의 문화적 격차를 해소하려는 제작사, 연출과 프로듀서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 영국에서 일본 대중문화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공연중인 ⓒ ilovestage image library
1960년대 중반, 영국의 Rock-and-Roll이 미국에서 유행을 이끌었 때 이를 두고 ‘British Invasion’이라는 용어가 나타났고 마치 음악의 장르처럼 사용될 때가 있었다.
최근 런던 웨스트엔드에는 일본 망가와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공연이 점점 더 자주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의 이웃집 토토로, 런던 콜로세움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런던 팔라디움 극장의 데스노트 등이 그 예다. 왜 이런 추세가 나타나기 시작했을까? 런던 웨스트엔드 프로듀서들이 소재가 부족해서 해외에서 콘텐츠를 찾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일본 망가의 우수성 때문일까? 일본 작품이 갑자기 극장 무대에 침투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최근 들어 이런 일이 목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일본 망가를 원작으로 한 공연이 급증한 것은 일본 망가가 갖고 있는 스토리텔링의 우수성, 영국인들 사이에 퍼져있는 일본 대중문화의 인기, 이러한 이야기를 무대에 맞게 각색할 수 있는 창의적인 잠재력,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영국의 공연 제작 인프라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런던의 관객과 평론가들은 망가를 무대로 각색한 작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작품들은 호평을 받았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랑받는 이야기를 무대에서 생생하게 구현하기 위해 취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접근 방식에 찬사를 보냈다. 예를 들어, 런던 콜로세움에서 열린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무대 각색은 아트 데스크의 게리 네일러로부터 “사랑받는 만화 영화를 환상적으로 재탄생시킨 공연”이라는 긍정적인 평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파크 시어터에서 열린 ‘말의 정원’은 원작과 같은 수준의 시각적 생동감을 구현하지는 못했지만, 영화의 우울하고 기발한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작품의 성공은 일본과 영국 관객 사이의 문화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 공연 연출과 프로듀서의 노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말의 정원’의 감독인 알렉산드라 루터는 문화적 진정성과 영국 관객의 참여와 감동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그녀의 접근 방식은 이야기를 무대에 맞게 각색하는 데 있어 감수성과 창의성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이러한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영국에서 일본 대중문화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애니메이션과 망가는 점점 더 주류가 되어가고 있으며, 무대 각색은 이러한 트렌드를 잘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공연의 성공은 일본과 영국 창작자 간의 더 많은 협업을 위한 길을 열어 문화 교류와 예술적 혁신의 새로운 시대를 촉진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도 이겼다는 한국이 꽉 잡은 ‘웹툰’은 왜 영국 무대에 소개되지 않을까? 영국 무대에 한국 웹툰이 소개되지 않는 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공연계는 서구와 유럽의 전통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한국 웹툰이 주목을 받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이 있는데 영국 관객은 전 세계적으로 더 긴 역사를 가진 일본 망가에 비해 한국 웹툰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한국 웹툰의 노출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또 다른 요인일 수 있다. 한국 웹툰 전용 온라인 플랫폼과 커뮤니티가 일부 존재하지만, 일본 망가나 애니메이션과 같은 수준의 인지도를 갖지 못하고 있는데, 이러한 제한된 노출은 영국 공연 제작자들이 한국 웹툰을 발굴하고 무대에 올리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국 웹툰과 영국 극장 관객 사이의 문화적, 언어적 차이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웹툰은 영국 관객의 공감을 얻지 못할 수 있는 독특한 문화적 배경과 주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또한, 많은 한국 웹툰이 영어로 번역되지 않아 영국 시청자들이 접근하고 감상하기 어렵다는 언어 장벽도 문제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한국과 해외 기업 간의 협업을 비롯해 한국 웹툰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 웹툰의 인기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영국 무대에서 한국 웹툰을 소재로 한 각색 및 제작물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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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udiobinder
ⓒ studiobinder
 
한국엔 없는 ‘인티머시 디렉터(Intimacy Director)
공연이나 영화, 드라마속 성관계 장면에서 배우를 보호하기 위한 ‘?? 감독’

뮤지컬 <미스사이공>을 보고 있으면 매우 아슬아슬한 장면들이 배경에서 일어나는데 관객의 입장에서는 매우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어떤 장면에서는 그것이 연기인지, 배우 자신들이 거부의사를 밝힐 수 있는지, 성별을 떠나 원치 않는 성적 접촉 장면이 있을 때 그들은 이를 어떻게 방어할까 궁금해 했던 적이 있었다.
사실 영국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성적인 콘텐츠를 감독할 전담 직원을 고용할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이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그 일환으로 배우가 성적인 장면에서 착취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일련의 지침이 있다, 2013년부터 ‘섹스 온 세트 가이드라인(Sex on Set guidelines)’이 개발되어 이미 연극, 텔레비전, 영화 작품에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인티머시 디렉터(Intimacy Director)라고 한다.
초기엔 공연 업계에서 섹스나 노출이 있는 장면, 특히 경력 초기의 배우들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고 ‘투명성, 개방성, 동의’를 기본 원칙으로 삼아 배우가 요구되는 사항을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직업이다. 이후 작품에 이런 가이드라인이 적용되었고, 드라마 학교에서도 이를 시행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오디션부터 리허설, 공연에 이르는 무대 및 스크린 제작과 텔레비전과 영화 작품의 후반 작업 모두에 적용된다.
오디션에서 노출이나 유사 성행위 금지, 노출 및 성적인 내용에 대한 기대치를 명확히 명시한 계약서 작성, 성관계 장면의 비공개 세트 동의, 특정인을 친밀감 감독으로 고용하는 등 각 단계에서 취해야 할 실질적인 조치를 제시하고 있는데, 제작사는 여기에 더해 신체가 접촉되는 장면들(격투, 춤)에도 적용을 하고 있다. 배우들이 칼을 들고 싸우는 장면을 연출할 땐 자연스럽게 무술감독이나 안무가를 고용하지만, 성적 접촉과 성적 표현은 누구나 할 줄 알기 때문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무시하고 있는 영역이다.
항상 투명하지 않을 때, 모든 사람이 동의하지 않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할 때, 배우들은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업계에 존재하지 않는 안전한 업무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은 영국만이 필요한 직업은 아닐 듯하다. 한국의 모든 배우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친밀감 교육 과정을 개발해야 하며 업계나 정책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제작사와 배우, 그리고 동료 배우들간에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큰 변화라는 것은 알지만 반드시 필요한 변화라 생각된다.
물론,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다. 공연작품을 만들다 보면 문화적 컨텍스트의 차이로 인해 영미권에서 허용되는 신체적 행동이 한국에서는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신체적, 정서적 안전과 연출가의 예술적 비전 사이에서 밸런스를 잡아갈 수 있을까? 팀내 연출가, 디자이너, 배우들과 평등한 위치에서 균등한 파워를 가질 수 있을까? 동시에 이들 제작진들과 분리되어 독립적인 존재로 흔들림 없이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인티머시 디렉터’가 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위해선 전반적인 공연 제작 과정, 안무, 커뮤니케이션등 특별한 트레이닝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나저나 한국에서는 이런 감독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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