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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연극계에 던져진 공연 예술인의 희생과 신화
코리안위클리  2023/11/03, 08:32:39   
10월 19일 런칭한 올 자선 기금 모금 포스터. ‘타인을 위한 행동’ 대표인 배우 쥬디 덴치. ⓒ타인을 위한 행동
연극인이 경력을 유지하기 위해 성 노동을…

지난 8월 에든버러 축제가 고조될 무렵 엄청난 사건이 있었으나 축제의 열기로 묻혀진 일이 있었다. 누군가 작품을 에든버러에 소개하기 위해서 펀드를 조성한 방식이 바로 자신의 성을 팔았다(Sex Work)는 것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영국의 한 공연 예술가는 언론사 기고에서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에 참가하는 연극인들이 치솟는 비용과 제한된 제작비 조달 기회로 인해 직면한 재정적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면서 공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성 노동에 의존했던 경험을 공유하며 예술가에 대한 지원 부족과 축제의 경쟁적인 성격을 강조했다.
그 글은 예술가들의 정당한 노동에 대한 인정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프린지 축제에서 예술가들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는 조직을 옹호하며, 재능 있는 예술가들이 축제에서 착취당하고 배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제도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행위에 대한 후회가 있었다.
성 노동을 통해 공연 자금을 마련한 한 연극인의 이야기를 축제를 즐기던(?) 가운데 전달 받으며 복잡한 감정이 솟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자기 연민이나 부끄러움 없이 공연 예술가로 살아가면서 희생과 고통을 견디지 않고는 창의적인 삶을 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솔직하고 담백한 도발이 인상적이었다.
순간적으로 네델란드 경제학자 한스 애빙(Hans Abbing)의 ‘예술가들은 왜 가난한가?(Why Are Artists Poor?: The Exceptional Economy of the Arts)’라는 저서가 떠올랐다.
저자는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수입이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야심 찬 젊은 예술가들이 학교나 현장에 부족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의 보조금은 예술가들의 빈곤을 가중시킬 뿐 실효성이 없다고 대변했다.
예술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지만, 상업적 교환보다는 재능 기부에 더 친숙하고 대중들은 예술가들이 사심 없이 예술에 헌신하고, 티켓 가격은 예술의 질을 반영하지 않으며, 예술은 공짜라고 믿는다는 실제 사례에서 얻은 분석이었다.

 
저자는 이 기이한 모습을 ‘예술의 신화’로 설명했다. 예술을 현실과 동떨어진 초월적 존재로 신성시하고, 상업성은 예술의 품격을 떨어뜨리니 고통을 감수하고 내면의 움직임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는 신화. 사르트르와 헉슬리와 같은 사상가들도 훌륭한 예술가가 되기 위해 고통과 고문이 따른다고 선언한 이런 ‘미화’는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젊은이들이 이런 신화를 믿고 계속 예술의 세계로 몰려드는 현상을 ‘아트 러쉬(Art Rush)’로 표현 한다. 예술가들은 젊은 시절 뜨거운 열정으로 시작해 마침내 환상에서 깨어났을 때 이미 다른 일을 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위와 같은 생각들이 예술가나 대중의 고정관념으로 자리잡아 나라 전체가 ‘열정’ 시스템을 암묵적 진실로 받고, 가치 있는 예술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기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정한다. 창의적인 연극 예술가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특권이며, 그 특권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경제적 빈곤이라는 대가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일까?
물론 모든 행위를 돈으로만 정량화해서 공연 산업에 종사하는 연극인들의 만족도를 표시하지는 못한다. 낮은 임금과 힘든 현실 따위는 처음부터 공연계에 입문하는데 방해되는 요소로 작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연극계의 한국과 영국은 닮아 있다.
하지만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지금과 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서는 안된다는 입장은 늘 있어왔고 이 부분도 양국은 서로 닮았다고 생각된다. 누구든 상관없이 예술(직업)과 삶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고자 함은 기타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로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단 한 사람만이 살아남는 무대의 승자 독식 구조가 아주 부유하며 엄청난 편안함과 안정감, 특권을 누리는 극소수와 매우 가난하고 고통받는 다수 연극인을 양산하고 있는 점도 닮았을까?
런던 웨스트엔드에 위치한 배우 노조(Equity)에 따르면 팬데믹 전 기준으로 영국 배우들의 66%는 생존을 위해 배우 외에 다른 한가지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연극인이 경력을 유지하기 위해 성 노동을 이용하는 것은 업계에서 예술가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반영한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는 배우 지망생들을 위한 더 나은 재정 지원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영국은 이미 1960년대부터 로렌스 올리비에, 노엘 코워드 같은 영국을 상징했던 배우들이 연극인들을 위한 단일 모금 단체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현재 ‘타인을 위한 행동(Acting for others)’라는 연극 자선 단체 모금 협의회가 결성되어 매년 수 억원을 기부하고 있다.
런던 웨스트엔드의 주요 상업 극장과 영국 전역에 퍼져있는 소극장까지 참여하고, 15개의 공연 자선 단체, 세계 공연계 1위 그룹인 ATG, 투어링 전문 공연 제작사인 빌켄라이트, 카메론 매키토시와 앤드류 로이드 웨버까지 거의 모든 상업 극단과 프로듀서, A리스트에 올라간 스타 배우들이 동시에 움직인다.
영국 공연계에선 예술가들이 겪는 재정적 어려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팬데믹 이후 전반적인 상황을 완화하고 연극계 내에서 보다 포용적이고 서로를 이해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원금, 네트워크, 정신건강을 위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예전보다 더욱 분주해졌다.
성 노동을 통해 번 돈으로 올해 에든버러 프린지 공연에 참가했다는 한 연극인은 이런 식으로 제작비를 충당할 계획은 없었지만 프린지 공연에 드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어려운 결정을 했다는 것인데, 화려한 무대 뒤에 숨은 영국의 우울한 연극계 현실이 앙상하게 드러난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연극에 참여하는 일이 예술가에게 과연 그만한 불행을 자초할 가치가 있을까? 아니, 처절한 생존을 위해 우리 연극인 스스로는 어떤 행위까지 허용할 수 있을까? 또 이 사건은 우리와 무관한가? 마지막으로 그가 언론사와 영국 연극계에 던진 글을 일부 옮겨본다.
“저는 연극 학교를 그만둔 후 연기 작업 사이에 생계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여러 형태의 성 노동에 뛰어들었습니다. 남자 배역의 캐스팅이 까다로워서 운이 좋으면 1년에 두 번 정도 제 조건에 맞는 연기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성 노동은 제가 크리에이티브 업계에 머무르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부업으로 돈을 벌면서 연극계에서 적절한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계속 훈련하고, 연구하고, 기술을 연습할 수 있었습니다. 성노동을 통해 연극활동을 이어가거나 이를 고려한 사람이 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이 작품의 핵심 구성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장 먼저 착취 당하고 위험 부담을 짊어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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