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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현재 공연주인 연극 <브로크백 마운튼> Mike Faist(Jack), Lucas Hedges(Ennis) 사진: Manuel Harl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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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팬데믹 이후 공연 예술 산업 시장이 과거 수준으로 돌아오면서 공연 예술 콘텐츠에 대한 투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영국의 프로듀서들은 여러가지 복잡한 업무와 리스크를 나누기 위해 국제적 협업, 공동 투자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작품에 투자하여 수익성을 높이고자 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고 작품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는 배우의 인지도, 제작사의 과거 성적과 역량, 대본의 완성도, 흥행성 등으로 비교적 측정할 수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죠. 하지만 투자자들의 위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무슨 금융상품인양 포장된 “원금보장”이라는 타이틀은 없습니다. 투자자 스스로가 작품이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위험 부담과 투자금액에 대한 전액 손실을 감수하는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투자이기에 제작비 사용에 대한 프로세스의 투명성을 담보하고 제작사와 서로 신뢰할 수 있도록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결해 나갈 뿐입니다. 리스크가 크지만 작품이 만들어진 후 티켓 매출이 높아 투자금을 상환할 수 있는 단계까지 나간다면 이후 발생하는 추가 수익은 투자자와 어떻게 나누는지 행복한 고민이 이어집니다. 이렇듯 일반 투자와 다른 공연 투자에 대한 영국의 상황을 한 번 알아보고자 합니다.
일반적으로 영국, 미국의 극단이나, 제작사(프로듀서)가 투자를 받을때 ‘공연 제작비’라고 말하는 것은 사전 준비단계에서부터 공연이 무대에 올라가는 첫 날까지의 비용 총액입니다. 그 다음에 발생하는 모든 비용(주간 운영 비용, Weekly Running Costs)은 티켓을 판매하면서 발생하는 매출 수익금으로 매주 결제를 하게 되는데요, 예를 들어 <연극A>을 제작하는 데 20만 파운드가 든다고 가정해 보죠. 제작자(프로듀서)는 20만 파운드를 편리하게 계산하기 위해 2만 파운드 단위(Unit) 10개로 나눕니다. 그런 다음 제작자는 잠재 투자자에게 2만 파운드의 배수로 유닛을 판매합니다. 예를 들어 유닛 하나의 가격이 2만 파운드이니 유닛 4개를 투자(판매)한다면 8만 파운드를 투자(판매)하는 셈이죠.
제작사(프로듀서)가 투자를 받아야할 ‘공연 제작비’라고 말하는 것은
사전 준비단계에서부터 공연이 무대에 올라가는 첫 날까지의 비용 총액이다.
그 다음부터 티켓을 판매하면서 발생하는 매출 수익금으로 매주 결제를 하는...
- 영미 공연 투자원칙 -
판매 가능한 하나의 최소 유닛 단위를 5만 파운드로 할 지, 또는 20만파운드로 설정할지는 전적으로 제작사에게 달려 있습니다. 만약 300만 파운드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뮤지컬이나 대극장 연극이라면 유닛을 키워서 소수의 투자자들만 모으기도 합니다. 3만 파운드의 유닛을 백 개 만들어 많은 투자자들을 모으는 것 보다 50만 파운드 유닛을 6개 (50만 x 6 = 300만 파운드)를 만드는 것이 경우에 따라선 제작사 측에서 관리하기 쉬운 옵션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주식처럼 보이지만 유닛은 주식과 같지 않습니다. 프로듀서의 재량이나 협의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공개 주식과 달리 양도나 매매가 되지 않으며, 투자자가 보유한 유닛의 숫자에 따라 공연 제작이나 운영방식에 발언권도 가질 수 없죠.
유닛이 주식이 아니라면 재정적으로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요? 유닛은 엄밀히 말하면 채무 상품입니다. 서류상으로는 투자자가 프로듀서에게 돈을 빌려주고, 상환 조건은 투자자가 투자한 유닛당 티켓 판매액에 비례하여 공연이 벌어들인 수익에 역시 비례합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투자 단위는 공연이 티켓 판매로 해당 금액을 회수하는 한도 내에서 투자자에게 상환할 수 있다는 조건이죠. 하지만 공연이 전혀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유닛에 투자된 투자금은 결손 처분되며 투자자는 프로듀서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공연이 성공해서 매출과 수익이 발생하는 순간 모든 상황은 달라집니다. 프로듀서는 투자자에게 티켓 수익을 분배하기 전에 매주 공연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을 총 매출에서 먼저 차감합니다.
이를 주간 운영 비용(Weekly Running Costs)이라고 하는데, 공연의 주간 운영 비용에는 배우의 주간 급여, 무대 관리 및 기술 스태프 급여, 작가, 감독, 프로듀서 등 주요 크리에이티브 팀에 대한 로열티, 그리고 매번 교체해야 하는 소모품도 포함됩니다. 제작사는 매주 이런 것들을 급여라는 명목으로 집행해야 합니다. 모든 급여는 티켓 매출에서 처리되어야 하며 티켓 매출이 주간 운영비를 충당하지 못하면, 안타깝지만 프로듀서는 공연의 조기 종료를 모두에게 통보해야 합니다.
주간 운영 비용을 초과하는 티켓 매출(주간 운영 수익, Weekly Operating Profit)이 발생하는 경우라면 어떨까요? 공연 성공과 수익은 상상만으로도 흐뭇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프로듀서는 이런 경우 해당 수익을 투자 금액에 비례하여 투자자에게 다시 배분합니다.
투자자의 초기 투자금을 초과하는 수익은 일반적으로 6 : 4 또는 5 : 5의 비율로 투자자와 제작사(프로듀서)가 나누지만, 극장 산업은 정부의 투자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것이든 가능합니다. 규제되지 않는 시장이라는 의미는, 즉 공연 투자 계약서에 말 그대로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지 않음’이라는 경고 문구가 붙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의 비율은 애초에 유닛을 구매(투자)한 총 자본의 비율에 비례합니다. 예를 들어, 위에서 말한 <연극A>의 20만 파운드 작품에 한 투자자가 2만 파운드 유닛 한 개(10%)를 투자했고, 총 티켓 매출이 30만 파운드라고 가정해 보면,
a) <연극A> 전체제작비 : 200,000
b) 티켓매출 : 300,000
c) 티켓수익 : 100,000
d) 투자금 : 20,000 (1 유닛) 10% 투자
e) 투자대비수익률 (ROI) : 150% (20만 짜리 작품으로 30만을 팔았으니 투자대비 수익률은 150%)
(단위:£)
2만 파운드 유닛 하나(10%)를 투자한 투자자는 원금을 돌려받고 나머지 티켓 수익의 5:5를 추가로 배분 받는다면 10만 파운드의 10%, 즉 10,000파운드를 프로듀서와 각각 반(5:5)으로 나눈 5000파운드의 수익을 돌려받게 됩니다. (2만 파운드로 1개의 유닛을 투자한 투자자는 결과적으로 총 25,000파운드를 돌려받습니다.)
얼마나 빨리 받을까요? 런던에서 연극의 경우 중극장 이상이라면 평균 5∼6개월, 그리고 뮤지컬의 경우 1년이 넘어가면 수익이 발생되는 구조입니다. 공연이 수년 또는 수십 년 동안 지속된다고 생각해보면 투자자는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죠.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70년전에 초연되어 지금까지 보여지고 있는 런던의 연극 <쥐덧, The Mousetrap>의 오리지널 투자자들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주간 정산을 받았을까요?
공연에 대한 투자는 다른 유형의 투자에 비해 매우 보람 있고 훨씬 더 흥미로울 수 있습니다. 참가하는 예술가들과 함께 제작과정을 참관할 수 있고, 오프닝 나이트 파티 티켓, 리허설 독점 입장권 등 투자자를 위한 다양한 혜택이 있죠. 그러나 공연 투자는 매우 위험한 사업이며, 공연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막을 내릴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적어도 영국에서의 공연은 고위험 고수익 벤처이므로 투자자는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금액만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원금도 보장되지 않으며, 수익률을 전혀 예상할 수 없어 제도권 은행에서 조차 살펴보지 않는 영역에 누군가는 투자를 한다고 하니 그들을 ‘엔젤(Angel Investors)’이라 부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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