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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칼럼니스트우이혁 정신과 전문의 글짜크기  | 
청소년과 정신건강 111 소아 청소년 정신건강 서비스의 위기
코리안위클리  2018/12/05, 08:10:28   
▲ 정부에서는 소아 청소년 정신보건에 대해서 지원을 대폭적으로 늘리겠다고 공언을 했지만 이러한 지원이 얼마나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요즘 영국 미디어를 보면 거의 메일 CAMHS(Child and Adolescent Mental Health Service)에 대한 기사가 나온다. 자폐증 아동의 불안과 교육 지원에 대한 문제가 몇 페이지에 걸쳐 선데이 타임즈에 나왔다가 그 다음주에는 최근에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한 성정체성 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 그리고 다음날에는 병원에 자해나 자살사고로 입원하는 십대 청소년들이 얼마나 많고 그 중에서 제대로 치료를 못 받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 지 등등.. 실제로 일선에서 일을 하고 있는 컨설턴트의 입장에서는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마치 우리가 무슨 큰 잘못을 해서 그런가 느껴질 정도이다.
실제로 미디어 기사를 읽어 보거나 학부형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면 CAMHS에서 얼마나 푸대접을 받고 얼렁뚱땅한 서비스를 받았는지에 대한 비판들이 많다. 하지만 모든 일들이 그렇듯이 지금에 우리가 보고 있는 미성년자의 위기 상황은 여러가지 사회 현상과 맞물려 있다. 혹자는 핸드폰 때문에 그렇다고 하고 아니면 엄마들이 일을 해서 그렇다고 하고 아니면 이 모두가 미디어가 만들어 낸 헛소문에 불과하다는 사람도 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런 것들이 만들어낸 소문은 아니지만 옛날보다 사건 사고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전파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옆 동네에서 학교를 다니는 중학생이 자살을 했다면 옛날 같았으면 그 학교 사람들만 알고 말았을 일인데도 지금은 순식간에 다른 도시에 사는 사람들까지도 알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여기에 대중들의 심리적 효과가 더해진다.
이를 테면 그 중학교가 근처에서 들어가기가 어려운 그래머 스쿨이고 근처 사람들이 선망하는 학교라면 거기서 사고가 났다는 것이 그 학교 입학을 실패한 아동들의 부모들에게는 마치 자신들의 자녀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인 것처럼 생각될 수 있고 다른 여러 부모들에게도 이 학교에 보내는 것이 얼마나 자녀들을 위해서는 안 좋은 것인지 선전(?)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래서 멈즈넷에 당장 올릴 수도 있고 비슷한 상황에 있는 학부형들이 당장 댓글을 달기 시작해서 마치 그 학교에서 학생이 자살한 것이 공부 스트레스 때문인 것처럼 군중 심리를 몰아갈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하루만에 그 사실을 아는 학부형들이나 학생들이 엄청나게 많아 진다. 그러다가 보면 마치 학교 교육 전체가 위기에 빠진 것 같은 불안감을 조성하고 자녀가 안좋은 상황에 있는 부모들은 사고가 날까봐 전전 긍긍하고 학교나 정신 보건 서비스에서 제대로 해 주는 것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다.
연구 결과에 잘 나와 있다시피 이런 불안은 실제로 주위의 청소년들의 자살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비슷한 예로 자해나 식이 장애, 성 정체성 장애 등등은 유명한 웹싸이트들이 많이 있어서 어떻게 하면 선생님이나 부모들을 속일 수 있을까 또한 어떻게 하면 프로페셔널들에게서 자신들이 원하는 진단을 받아낼 수 있는지 조언하기도 한다.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고 상상하기 힘든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는 일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이런 속담이 있기도 했지만 지금은 차라리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다.
정부에서 동의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작금의 위기는 사회 안전망의 붕괴에도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 있다. 많은 연구결과로 확인되었듯이 정신보건 문제는 사회적 클라스가 낮고 경제 상황이 안좋은 가정에서 많이 발생한다. 2008년 경제 위기로 초래된 긴축 재정이 영국의 사회 보장 시스템을 쪼그라들게 하고 이런 부족함은 ‘일하지 않고 집에서 놀고 먹는 사람들은 정신보건 문제가 더 생길 수 있다’는 슬로건으로 대체된다.
즉 이전에는 정신적인 문제로 일을 하기가 힘들어서 비네핏을 받고 살 수 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비네핏을 받고 편안하게(?) 집에서 살고 있으면 정신적인 문제가 장기화된다면서 이런 사회적 서포트를 받는 것을 몹시 수치스러운 것으로 만든다.
결과적으로 이제는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기도 힘들고 경제적인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생겨도 일을 해서 돈을 벌면 병이 나을 것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게 된다. 또한 한 개인이 점점 움추려들고 피폐해지는 것은 병이 있어서 그런 것이고 그런 병은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것이니까 IAPT( Improving access to psychological therapy) 프로그램으로 빨리 회복과 더불어 사회복귀를 시켜야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면 현실은 집을 나가는 것도 무서워 하는 사람이 치료를 받으러 갈 수도 없고 당장 끼니 걱정을 하는 사람이 심리치료를 받을 동기가 생길 턱이 없다. 그래서 병원에 오지 않으면 자동 퇴원이 되고 마치 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낫기 싫어서 계속 비네핏을 받고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자꾸만 심어주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신들의 자아 존중감이 낮아지고 죄의식이 심해져서 자살 등의 위험성이 증가하게 된다.
소아 청소년 분야에서는 지금까지 Educational Statement 시스템을 버리고 EHCP(Education Health Care Plan)으로 배체하게 되는데 요체는 혜택을 받는 아동들을 늘리자는 것이었지만 오히려 혜택은 엄청나게 감소되었고 자폐나 발달장애 등의 문제로 여러가지 종합적인 교육 지원을 받아야하는 학생들이 필요한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들이 발생하게 된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 왜냐하면 지원을 필요로 하는 아동들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예산은 오히려 똑같거나 감소되니까 그 예산을 대폭 늘이지 않는 한 도무지 개선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악순환이 되는 것이 지원을 줄이면 문제가 있는 아동들은 더욱 더 학교에서 문제를 많이 일으키게 되고 어차피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퇴학을 시킨다 하더라도 어디에서 인가 교육을 시켜야 되니까 그 비용이 많이 들게 되어 있다. 그래서 한쪽에서 예산을 줄일 수 있다 하더라도 다른 쪽에서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오히려 아동들의 상황만 나빠지고 예산 쪽에서도 크게 절약이 되지는 못한다. 물론 정부에서는 그렇게 이야기하지는 않고 학생들에게 Choice를 많이 준다고 선전 할 수도 있다.
이 세가지 요소 즉 사회적으로 소아 청소년들의 문제를 심각하게 만들 수 있는 환경, 불우한 환경에 있는 가족들에 대한 지원의 감소, 그리고 교육청에서 학생들의 지원에 대한 비효율적 개선 등등이 작금의 소아 청소년 정신보건의 위기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면 이러한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타개하기가 힘든 지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정부에서는 소아 청소년 정신보건에 대해서 지원을 대폭적으로 늘리겠다고 공언을 했지만 이러한 지원이 얼마나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다른 부분의 예산이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부가적인 돈은 언제든지 부족 분을 메꾸는데 사용될 수 있고 또한 실제로 직원을 몇 명 더 채용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시대의 거대한 흐름을 막는 데는 역부족일 수도 있다. 어쩌면 사회 전체에서 우리의 젊은 세대들이 얼마나 병들어 있고 병들어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다 같이 책임을 통감하고 짐을 나눠야 할 각오를 하지 않고는 변화를 기대하기가 힘들 것이다.

글쓴이 우 이 혁
wooieehyok@msn.com

약력 : 한국 신경정신과 전문의
영국 정신과 전문의 (소아, 청소년, 성인)
정신분석 정신치료사
현재 NHS 소아 청소년 정신과 컨설턴트
영국 왕립 정신 의학회 전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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