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원동에 위치한 열린문교회 담임을 맡고 있는 박종근 목사는
올해 개척 10년째를 맞는 신학자 출신 목회자다.
그는 18일 파송축하예배를 끝으로 지난 10년 동안 섬기고 이끌어 왔던
열린문교회를 완전히 떠난다.
이제 서울 근교에서 완전히 독립된 새로운 교회를
다시 밑바닥에서부터 개척할 예정이다. 열린문교회 박 목사는 예장 대신교단 내에서
안정된 교회 성장으로 주목 받아온 인물이다.
그런 그가 개척 10년째 출석성도 1천 명의 안정적인 목회가 가능한 시기에 이르자
교회를 홀연히 떠나는 것이다. “교회의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요즘 교회가
목회자의 소유처럼 되는 경향들이 있어 안타깝습니다”사실 박 목사의 이번 퇴임은 급작스럽게 결정된 것은 아니다.
이미 박 목사는 열린문교회를 개척할 당시 10년 안에
교회가 안정될 경우 미련없이 교회를 떠나
새롭게 개척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막상 10년 째 박 목사가 교회를 떠나려하자 장로들과 성도들의 반대가 극심했다.
이 문제로 당회가 한 달 사이에 6번이나 열렸다. “교회를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를 한 달 전에 당회에서 처음 꺼냈는데
장로님들이 처음에는 기를 쓰고 말렸습니다.
한국교회를 위해 세대교체의 모범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강력히 밝혔고
끝내 장로님들도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당회를 겨우 설득했더니
다음에는 제직들이 막아서서 아주 곤욕을 치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성도들의 제 소신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고 있습니다”18일 열린문교회에서 열린 파송축하예배에서는
교단과 지역 목회자 20여 명이 참석해 박 목사의 조기 퇴임과
새로운 교회개척을 축하했다.
설교는 예장대신 전 총회장 유덕식 목사가 전했다.
10년 동안 정들었던 담임목사를 떠나보내는 교인들로서는
매우 섭섭한 ‘파송예배’일 수 있지만 축제처럼 ‘파송축하예배’로 드리자는
박 목사의 부탁에 따라 교회 측도 이날 새로운 교회개척을 축하하며 박 목사를 떠나보냈다.열린문교회는 1997년 8월 서울 잠원동 상가건물에서 시작한 교회다.
개척교회가 그렇듯 열린문교회도 초창기 담임목사의 희생이 필요했다.
박 목사는 개척부터 3년 동안 교회에서 사례금을 받지 못했다.
개척교회에 무보수로 헌신하면서 숭실대학교 교수로 겸임하며 얻는 봉급을 생활비로 썼다.
현재 교세가 세례교인 6백 명에 출석성도 1천 명이 되는 안정된 교회로 성장했다. 교회가 성장함에 따라 사회봉사를 위해 노인들을 위한 잠원복지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이 곳은 일체 정부보조를 받지 않고 직원들의 급료까지 교회에서 해결하고 있다.
전국 농어촌의 미자립교회 50개도 돕고 있는 매우 활동적인 교회로 성장했다.성도 1천 명이 가장 목회에 바람직한 모델이라는 한 목회연구기관의 조사도 있었다.
본격적으로 목회하면서 교회를 성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교회를 떠나기란 쉽지는 않다.
박 목사는 성장된 개척교회를 떠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국교회에
새로운 교회의 모델들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는 한국교회가 임기제를 통해 새대교체를 솔선수범해야한다는 철학도 갖고 있었다.
목회자 기득권 같은 것을 경우에 따라서 떨쳐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박 목사는 떠나는 중에도 교회건축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힘을 써주지 못해 아쉬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한 교회를 오래 담임하면서 교회를 성장시키는 것도 아름다운 모습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교회가 안정되면 또 새로운 지역에 가서 개척하는 미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도 의식있는 목회자들이 나서서 임기제를 실천하고
후배 목회자들을 길러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평소 하나님이 부르실 때 까지 2,3개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이제 그 바램을 실천해보려 합니다.
열린문교회의 새 성전 건축을 소망했는데
장로님들이 그만한 능력을 갖춘 분들이기에 안심하고 갑니다”박 목사는 이제 열린문교회를 떠나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 3월 서울 근교에서 교회를 개척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 개척교회는 기존과 다른 ‘문턱이 높은 교회’를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이 ‘문턱 높은 교회’에는 열린문교회 성도는 한 명도 받지 않겠다고 이미 선언한 상태다.“예수님 앞에는 누구나 나올 수 있지만 교회 멤버십에 있어서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회 멤버십이 소위 스포츠센터나 사우나 멤버십보다 못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이제 실행에 옮기려 합니다”박 목사가 제시하는 ‘교회문턱’의 기준은 소천할 경우 전 재산 1/10을 사회에 환원하고
제3세계 어린이들의 후원자가 되어 매달 5만원을 지원해주며 키우는 것이다.
이런 기준이 적용된다면 5백 명이 교회에 나와 예배를 드리지만
실제 멤버십은 1백 명이 될 수 있다. 교회가 차별화될 필요성도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파격적일 수 있는 박 목사의
이러한 소신들을 실행시킬 수 있는 배경에는
심우경 사모가 존재한다.
심우경 사모는 개척초기부터 신장투석을 받으면서도
박 목사의 소신에 확신을 줬고,
지금도 몸이 아픈 중에 박 목사의 새로운 교회개척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고 있다.
열린문교회의 성공적인 성장 이면에는 사모의 이 같은 내조도 한 몫을 했다.박 목사는 세상의 희망으로 교회가 다시 조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교회가 원로목사 제도를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 진행된 한국교회 부흥 1백주년 감사행사도
대형집회로 진행하기 보다는 교회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 기업인들이나
국가에 감사를 표하는 감사제로 진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나타냈다.“교회가 세상에 어떤 희망을 보여줄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초대교회 예수님과 사도들이 보인 희생을 목회자가 실천을 한다면
다시 세상이 교회를 보고 희망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마지막 교회개척 기회가 왔는데 소년처럼 마음이 뛰고 흥분됩니다.
새로운 교회모델을 만들고 싶은 바램입니다.”박 목사는 안양 대신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1년간 수학하던 중 미국 서든캘리포니아
세미너리로 입학해 5년간 공부했다.
미국 대학원 졸업 후 1986년도에 샌디에이고
반석교회를 개척, 만 2년간 목회를 하다 1988년 한국에 입국, 숭실대 등에서
겸임교수로 일하던 중 1997년 열린문교회를 개척했다. (옮겨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