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즈에 돈 들일 필요없다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프로포즈에 굳이 돈 들일 필요는 없다. 돈을 들여야만 상대방에 감동을 줄 수 있고 또 그래야만이 좋은 프로포즈가 된다는 생각은 착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말하기 전에 우선 다음과 같은 유명한 실험을 살펴보자.
이 실험은 캐나다 캐필라노(Capilano)강 상류의 협곡을 가로지르는 흔들거리는 다리에서 이루어졌다. 이 다리는 협곡위 75미터쯤 되는 양편을 케이블로 연결해, 밑바닥에는 나무를 댄 흔들거리는 다리였다. 실험이 이루어질 당시에는 밑바닥 판자사이로 까마득한 아래의 강물이 그대로 내려다보였다지만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사진으로 보는 한 밑의 강은 내려다보이지 않는 듯도 하다. 1백36미터 길이의 다리를 건너자면 흔들흔들거려 당장이라도 떨어질 듯했다. 실험대상자인 남성이 천신만고 끝에 다리를 건너고 나면 바로 예쁜 여자 대학생이 나타난다. 그리고 인터뷰를 요청한다. “저는 심리학을 전공하는 학생인데 풍경이 창작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협력해주시겠습니까”라는 말과 함께 여대생은 몇 가지 질문을 한다, 그리고 그림을 보여주면서 그림에 적절한 이야기를 꾸며 줄 것을 부탁한다. 로르샤하 테스트같은 TAT테스트에 나오는 그림들이었다. 마지막에는 “만일 이 실험의 상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시면 전화를 주세요”라고 말하며 전화번호를 적어 주었다. 비교를 위해 똑같은 내용의 실험이 지상 3미터 위에 설치된 안정된 다리를 이용해서도 이루어졌다.
결과를 보면 흔들거리는 다리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약 반수의 남성이 전화를 걸어왔지만 안정된 다리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12.5%만이 전화를 걸어왔을 뿐이다. 또한 그림을 보고 남성들이 꾸며내는 이야기에도 차이가 있었다. 흔들거리는 다리를 이용했을 경우에 성적 뉘앙스를 풍기는 것들이 많았다.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 인터뷰를 한 경우, 다리에 따른 차이는 전혀 나타나질 않았다,
왜 이러한 차이가 나타났을까?
당장이라도 떨어질 듯한 다리를 건너가면 누구라도 생리적으로 흥분한다. 다리는 흔들거리지, 까마득한 밑으로 바위는 내려다보이지, 심장은 두근거리고 호흡도 가빠진다. 간신히 다리를 건너고 나면 예쁜 여학생이 나타나 말을 걸어온다. 여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에도 가슴은 두근거리고 호흡도 여전히 가쁘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성은 자기의 가슴이 두근거리고 흥분해 있는 것은 다리를 건너왔기 때문이 아니라 예쁜 여성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잘못된 원인귀인을 한다. 그 결과 "감정환기의 잘못된 귀인(misattribution of arousal)"이 일어나는 것이다. 결국 남성은 여성에 호의를 품게 되어 가르쳐준 번호로 전화를 하게 된다고 이 실험을 실시했던 덧튼은 설명하고 있다. 이것이 샤흐터(Shachter)의 정동(情動) 2요인론에 다름 아니다.
감정적으로 흥분해있거나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이성에 매력을 느끼기 쉽다. 바로 이것이 홧김에 서방질하는 이유인 것이다. 서방질하는 본인이야 어디까지나 복수일 뿐이라고 우기겠지만, 화가 나 있는 흥분 상태에서는 이성에 매력을 느끼기 쉬운 것이다.
사회심리학적으로 본다면 프로포즈에 공을 들이는 것은 상대방 여성에게 예기치 못한 데에서 오는 감동을 주어 생리적인 흥분상태를 만들어주기 위함에 다름이 아니다. 그럼으로써 자신에 대한 호감을 높여 프로포즈를 받아들이기 쉽게 만들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다.
결국 상대방의 흥분상태를 끌어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구태여 돈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프로포즈에 성공한 이후에는 돈 들 곳 투성이일 터이니까 절약할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절약하는 것이 두사람의 앞날을 위해서도 좋다. 생리적인 흥분을 끌어내는 저렴한 방법은 지천에 널려 있다. 두 사람이 함께 조깅을 한다든지, 높은 산을 오른다든지, 테니스를 친다든지....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도 물론 효과가 있다. 상대가 좋아하는 팀이 9회말 만루 홈런으로 역전시키는 상황이라면 금상첨화이다. 물론 팀을 잘 골라야 한다. 맨날 깨지기만 하는 팀 골랐다가는 평생 장가 한번 못간다. 맨 윗그림 처럼 단 둘이서 배를 타고 프로포즈하는 것도 굿 아이디어다. 배가 흔들려서 내 가슴이 뛰는 건지,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서 가슴이 뛰는 것인지 헛갈리게 하기 딱 좋기 때문이다.사랑을 속삭이려면 투우장에서상대방을 흥분상태로 만들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인생 그렇게 심플하지 않다. 우선 필요한 것은 극적인 타이밍을 판별하는 센스이다. 이 센스없는 사람은 차라리 프로포즈 대행회사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또한 극적인 타이밍까지 숨죽이고 기다릴 수 있는 냉정함이야말로 필수적이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역전 만루 홈런이 나왔는데, 정작 자기가 먼저 흥분해버린대서야 이야기가 안된다. 체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스포츠하다 상대방보다 먼저 지쳐 버려, 상대방은 멀쩡한데 자기 가슴만 두근두근거리다가는 곤란하다. 이런 식으로는 프로포즈는 커녕 상대에 대한 사랑만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다 삐끗하면 평생 스토커 신세 못 면한다.
스페인에는 예로부터 “사랑을 속삭이려면 투우장에서”라는 속담이 전해내려 온다고 한다. 투우장이라면 피가 튀고 관중들의 함성이 들끓어 누구라도 광란의 흥분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이다. 투우장 처럼 흥분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는 장소가 사랑을 속삭이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는 것을 스페인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역시 탱고와 정열의 나라답다,
요즈음 결혼산업이란 것이 발전하면서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젊은이들을 유혹하는 풍조가 심해져가고 있다. 남들도 다 한다는데, 그리고 그것도 일생에 단 한 번뿐이니 돈좀 들이면 어떠냐는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것들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어차피 흥분과 감동을 얻어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큰 돈을 들이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다. 상대방이 요란한 프로포즈를 기대하는 듯싶으면 그런 결혼 당장 때려쳐라. 그게 몸보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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