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새로 바뀌었다.
군자는 새해를 맞이하면 반드시 그 마음과 행동을 한번 새롭게 하여야 한다.
나는 젊었을 때 새해를 맞이할 적마다 반드시 그 해에 할 일을 미리 정하였다.
예를 들면 무슨 책을 읽고 어떤 책을 뽑아 적어야 하는가를 미리 정하여 놓은 뒤에 실행하였다.
간혹 몇 달 뒤에 이르러 사고가 발생해서 계획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선(善)을 즐기고 앞으로 전진하려는 뜻만큼은 스스로 숨길 수 없었다.
내가 지금까지 너희들에게 편지로써 공부를 힘쓸 것을 권면한 것이 여러 차례이다.
그런데 아직 한번도 경전(經傳)이나 예악(禮樂)의 의문 난 점,
역사책에 대한 논란을 한 조목도 묻는 적이 없었다.
어찌하여 너희들은 이렇게 내 말을 마음에 새겨 두지 않느냐.(하략)
-다산 정약용(1762~1836)의 ‘두 아들에게 보내노라’(寄兩兒;癸亥元日, ‘다산시문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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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소(謫所)에서 편지를 통해 자식들을 가르치곤 했던 다산은 계해년(1803년) 정월 초하루에도 두 아들에게 다시 붓을 들었다. 정초인지라 웬만하면 덕담이나 늘어놓을 법도 하건만, 편지글의 문세는 자못 신랄하기만 하다. 유배생활이 계속되면서 아비 없이 자라는 자식들이 비뚤어지지 않을까하는 초조감이 더해갔기 때문이다.
다산은 연초에 일년을 설계했던 경험을 들려주며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 해의 계획은 정초에 세우라’는 옛말 그대로이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이 있다지만, 그것이 계획과 설계의 의미를 무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새해를 맞아 한해를 설계해 보자. 설사 계획대로 실행하지 못한들 어떠랴. 다산의 말마따라 선(善)한 일을 계획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조운찬 / 경향신문 문화부장〉
배경음악: 꽃별 3 [Fly Fly Fly]-Dancing In Blossom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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