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울 엄마 [영국대표 한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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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울 엄마
2006-12-18, 12:39:37 사튀밥	추천수 : 426 \| 조회수 : 3866

1980년대 중반이던 초등학교 3학년 시절, 우리집은 단칸방을 막 벗어나 조금 큰 집으로 세를 얻어 나간 참이었다. 아버지는 가끔 회사 차를 몰고 집에 오셨다. 그 차가 우리 집에 오는 주말이면 나들이가 훨씬 편했다. 그해 추석 연휴 전날. 시골집에 가기로 한 우리는 마음이 한창 들떠 있었다. 다른 때 같으면 청량리역으로 기차표를 예매하러 갔겠지만 아버지 회사 차를 탈 수 있다 해서 마음 놓고 있었다. 그런데 퇴근해 오신 아버지가 시골에 갈 수 없게 됐다고 했다.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끝내 놓으신 엄마는 "무슨 일이냐"며 다그치셨다. 아버지가 타기로 한 회사 차를 아버지 상사가 쓸 일이 생겼다며 가져가 버렸다는 거였다. 엄마는 펄펄 뛰셨다. 엄마는 그 길로 집을 나섰다. 어찌나 맘이 급하셨던지 외출 준비도 못하셨다. 시장표 보라색 슬리퍼에 집에서 일하다 만 차림으로 집 근처 자동차영업대리점에 들어섰다. 영업직원들은 다 늦은 시간에 웬 정신없는 아줌마가 뛰어들었나 싶은 표정이었다. 무시와 놀라움이 역력했다. 엄마는 아랑곳없이 "차를 사러 왔다"고 했다. 한 영업사원이 다가와 미리 봐둔 모델이 있는지, 가격대는 얼마나 생각하는지 물었다. 엄마는 "그런 것 없고 가진 돈이 400만원대인데 거기 맞는 차가 뭐 있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다행히 거기에 전시된 차 중 가장 작은 것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엄마는 "내일 당장 써야 하니 지금 가지고 갈 수 있는 걸로 달라"고 했다. 직원이 전시돼 있는 벽돌색 차를 가리키자 엄마는 두 말 없이 값을 치렀다. 그리고 영업사원이 모는 차를 타고 당당히 집으로 돌아오셨다. 아버지는 얼떨결에 생긴 차에 자못 놀라신 표정이었지만 무척 기뻐하셨다. 아버지께서 "돈이 어디서 나 갑자기 차를 샀느냐"고 묻자 엄마는 "꾼 돈 아니니 걱정 말라"고 큰소리 치셨다. 알고 보니 그 돈은 어려운 형편에도 엄마가 생활비를 아끼고 아껴가며 모아놓은 비상금이었다. "안 쓰고 계속 모으려고 했는데 그깟 누가 쓰던 차 때문에 느이 아빠 기죽은 모습 볼 수 없어 그냥 산거야. 흥, 가지고 가려면 가라지! 이제 그런 꼴 안 봐도 된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엄마는 가끔 그 때 일을 얘기하신다. 그때만큼은 시장표 슬리퍼에 초라한 옷차림에도 당당했던 젊은 날로 되돌아 가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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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1]


duna	2007/10/09, 15:11:55
화끈한 울엄마의 작가님: Home Page: http://cafe.daum.net/dunabow 의 <방명록>이나 <자유게시판>에 또다른 <화끈한 글> 한편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lea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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