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한잔 마시며...- 359 번째 이야기-
어느 순간 누군가 다가오는게 두려워졌다.처음에 오는 '설레임'이 아니라끝을 먼저 생각하는 '두려움'이다그 남자너도 주말 내내 집에만 있었잖아.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도 같이 볼 사람이 없어서 못 보고 있잖아.너도 텔레비젼 보다가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가 나오면 다른 데로 채널 돌리잖아. 너도 라디오에서 슬픈 노래 나오면 못 듣고 꺼 버리고.. 너도 새벽마다 잠도 못 자고 전화기만 만지고.. 너도 사람들 많은 자리에서 내 이야기 나오면 괜히 화장실 가잖아.너도.. 힘들잖아. 내가 많이 잘못했지만 그 땐 그것도 모르고 너한테 도리어 화냈지만 그래서 니가 나한테 많이 실망했겠지만.. 너도, 나 사랑하잖아. 아직은 안 늦었잖아. 그러니까 다시 시작하자그 여자요즘은 하루하루가 꼭 본지는 언제인지도 모르겠고 매미 소리도 물러간 오래된 아파트에서 난 내내 혼자다. 라디오를 들어도 텔레비젼을 봐도 겨우 떼어 낸 생각들만 다시 가슴에 들러붙고.. 안되겠다 싶어 잠이나 자려 하면 꺼 놓은 전화기에서조차 벨소리가 울려 댄다. 너 아닌 누구라도 만나려고 괜한 약속까지 만들어 나가 보지만 니 이름 석 자에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벗어나게 되고.. 그래, 영화나 보자 주섬주섬 머리를 묶고 집을 나서려 했는데.. 지금 난 운동화를 신다 말고 현관에 주저앉아 한참을 생각한다.우리.. 다시 시작하면 어떨까? 아무 문제 없던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넌 어떻게 지낼까?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누군가가 그러더라...이별했을 때 서로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해도이별을 말한 사람은 자기가 이별을 이야기 한 죄로 연락을 못하고...이별을 당한 사람은 이미 당했기 때문에 다시 연락할 수 없다고...그래서 헤어진 연인은 다시 만나기 어렵다고... 사랑을 하고, 헤어지고, 사별도 하고, 그렇게 나이를 먹어 가노라면,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서로 엇비슷하게 여겨진다. 좋고 나쁘고 하는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다만 나쁜 기억이 늘어나는게 겁날 뿐이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지 않으면 좋으련만, 여름이 끝나지 않으면 좋으련만, 그런 생각만 한다. 마음이 약해진다.요시모토 바나나 / N.P
♬ 너를 안고 잠들 그날까지- 강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