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dramastyle.com/view.php?seq=20341우연히 30년전 어머니의 첫 사랑이 담겨진 편지 뭉치를 발견한 여주인공 지혜(손예진役)의 첫 감상은 이랬다."아우 유치해, 아니 클래식하다고 해주지." 《엽기적인 그녀(2001)》의 감독 곽재용이 2003년 신작 《클래식(The Classic)》에서 보여주고 싶은 사랑 이야기는 지혜가 편지를 읽으며 내뱉은 이 한문장에 모두 응측되어 있다. 클래식은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21세기의 신세대들이 보기에는 유치하고 곰팡내나는 듯한 6,70년대를 고전적인 사랑 방식과 하이틴 로맨스,정략 결혼,가슴 아픈 이별등의 사랑 영화에서 일명 고전적이라 불리우는 온갖 소재가 버무려져 있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의 6,70년대를 번갈아 가며 딸과 어머니의 너무나도 닮은 사랑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현재의 여주인공 지혜(손예진役)는 연극반의 선배 상민(조인성)을 좋아하지만, 도리어 친구 수경(이상인)이 상민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대필해주고, 수경과 상민이 맺어지는 것을 곁에서 치켜봐야 하는 가슴아픈 운명이다.(만화와 소설에서 약방에 감초처럼 등장해 여주인공의 가슴앓이를 하게 만드는 이 익숙한 플롯) .
편지속에서 나타난 지혜의 어머니 주희(손예진役)의 첫사랑도 딸만큼 순탄치 못하다. 병요양을 하러 간 시골에서 우연히 만난 준하(조승우)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주희에게는 집안에서 정해준 태수(이기우)라는 정혼자가 있었다. 게다가 하필이면 준하는 태수의 가장 친한 친구였으니. 이처럼 30년을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모녀의 엇갈리는 사랑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가질 수 없으므로 더욱 가슴 아파할 수 밖에 없는 사랑의 감정을 절절히 느끼게 한다.
특히 영화는 현재보다 60,70년대에 고전적인 사랑 이야기에 많은 애정어린 시선을 보인다. 최근에 한국 영화에서 보여지는 옛시절에 대한 노스텔지어와 상충하는 감독의 애정은 이제는 느낄수 없는 옛시절의 사랑 이야기를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치장해 펼쳐놓는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이미 엽기적인 그녀에서 패러디로 유명해진 황순원의 《소나기(1953)》로 또 한번 감독이 이 소설에 대해서 가지는 경의를 볼 수 있다. 특히 소나기라는 소재는 영화에서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며 사랑을 완성시키는 주요 모티브로 사용된다.
이 영화는 60년대 학창시절부터 70년대의 월남전까지 굴곡진 현대사를 관통하지만, 영화에서 이 시절은 다른 감독들이 보는 것처럼 심각하지 않고, 모든 것이 예쁘기만하다. 하다못해 월남전까지 애달픈 사랑의 약속을 위한 코드로 사용된다. 마치 섭정 로맨스물에서 비참한 섭정시대를 가장 아름다운 시절로 그려내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의 주제는 우연이 결국 필연이 된다라는 고전적인 명제이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지나칠 정도의 우연의 남발과 대를 잇는 사랑의 보상 기제는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보다는 허탈감을 불러일으킨다. 적절한 생략의 미학으로 영화를 끝맺음 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가장 크다.
그동안 쌓아두었던 영화 4/5 의 감동이 결말 1/5로 인해서 허공에 재처럼 흩어져 버리지만, 어쩌겠는가? 그 결말 역시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고전적인 사랑 이야기라면 눈 딱 감고 이 곰팡내 나는 사랑을 느껴야지.
영화음악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 밀애(2001)등으로 유명한 조영욱이 맡았다. 영화곳곳에는 제목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이 교차하고, 옛시절의 감성을 느낄수 있는 팝과 가요가 배치되어 있다.
애절한 사랑에 대한 테마로는 화이트 3집 수록곡 회상를 개사한 《사랑하면 할 수록》이 여러 장르로 편곡돼 사용되었다. 메인 타이틀로도 사용되는 상큰한 사랑 노래는 자전거 탄 풍경의 동명의 타이틀 1집의 수록곡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