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코리아타운 왕징이 황사로 뒤덮였다. 이곳 한국 업체들의 미래는 황사로 뒤덮힌 왕징의 모습과도 같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 업체는 생산 단가를 줄이기 위한 현지화 전략에 따라 직원도, 재료도 현지화하기에 바쁘다. 과연 이 같은 현지화와 함께 질적 현지화도 함께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특히 한국 사장의 마인드와 경영 방식 또한 현지화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중국 현지 한국업체의 상품과 서비스는 현지화돼 신조선족의 상품과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 고객의 한국 업체에 대한 기대감은 중국 토종 업체보다 못해 실망감은 깊어가고 있다.
중국 현지 한국업체의 상품과 서비스의 질적 하락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첫째, 사장 마인드의 현지화 둘째, 직원 양성과 관리의 한계 셋째, 현지인과의 저급한 커뮤케이션 등이다.
사장 마인드의 현지화
사장 마인드의 현지화는 은밀히 말하면 사장 마인드의 정체이다. 중국 시장의 빠른 성장으로 중국 토종 업체들의 경영자들은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우며 자기 개발에 열성적이다. 반면 중국 진출 한국 사장들은 사회적 단절과 중국에 대한 자만심으로 자기 개발의 한계가 있다.
어느 사회나 사회적 미디어를 통해서 새로운 정보와 뉴스를 공급받으며 사회적 발전과 함께 사회 구성원으로서 공동 발전이 실현된다. 즉 사회적 재교육을 통해서 꾸준히 성장하게 된다.
그런데, 중국 진출 한국사장님들은 중국 인민일보를 보는 것도 아니고 한국 조선일보를 꾸준히 보는 것도 아니다. 중국에 있다보니 한국 미디어와 멀어지고 중국어에 능통하지 못하니 중국 미디어와 가까워질 수 없다.
적지 않은 한국사장님들은 출처가 불분명한 지인들의 말에서 새로운 정보와 뉴스를 접하고 있다. 중국 대도시 코리아타운에서는 "중국 온 지 10년 넘은 한국 사장을 조심하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다. 인간적으로, 정보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중국의 한국인 사회는 '무정부사회'라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영토 밖의 재외국민에게 관심이 없는 한국정부, 남의 나라 국민에게 관심 가질 리 없는 중국 정부, 즉 무정부 사회의 한국인 사회는 무법사회라고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법대로 사업하는 한국 업체가 과연 얼마나 될까? 법대로가 아닌 임의로 진행하는 사업 환경에서 경영자의 마인드는 어떻게 형성될까? 반문해 보아야 한다.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업체는 한국에 돌아가도 경쟁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미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 중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중간지대에서 자기 발전이 아닌 자기 퇴보의 늪에 빠져 있는 우리 한국 사장님들의 현주소를 직시해야 한다.
현지 직원 양성과 관리의 한계
한국 시장에서 잘 나가는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서 맥을 못추는 이유가 뭘까? 중국 베이징을 비롯해 주요 도시에 L 기업의 대형 마트가 오픈하고 있지만 현지 고객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중국 진출 한국 업체의 상품과 서비스 질이 한국의 것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가 직원의 문제이다. 직원의 문제는 파견된 한국 직원과 현지 채용 직원 모두 적용된다.
파견된 한국 직원은 한국에서 좌천된 케이스가 많으며 장기적 배치가 아니라 임시적 배치가 많다. C 기업의 경우, 핵심 관리 직원이 바뀌면 부하 직원들은 줄서기에 정신이 없다고 한다. 이 같은 부작용은 잦은 인사 이동으로 기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중국 시장에 대해 준비되지 않은 관리 직원을 임시 배치하는 방식으로 인력 배치는 중국 현지 사업을 망치는 큰 원인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중국 현지 한국업체의 많은 사장님들이 '현지화'를 자랑하고 있다. 나는 현지화에 성공한 사장에게 "한국의 품질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느냐?"라고 물어보고 싶다. 현지 채용을 통해 현지 직원 비율을 높이는 것이 현지화는 아니다. 현지 직원에 대한 교육과 관리 솔루션을 갖고 있느냐가 문제이다.
중국 업체의 종업원들도 서울의 종업원 못지 않은 서비스를 하는가 하면, 한국 업체의 종업원이 중국 업체의 종업원보다 더 못한 서비스를 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한국 경영자의 중국 현지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떨어지니 중국 토종 업체에 비해서 현지 종업원에 대한 교육과 관리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체의 현지화는 반드시 질의 유지 혹은 개선을 전제로 진행되어야 한다.
저급한 커뮤케이션
10년전 중국 대도시 코리아타운의 매체는 칼라풀한데 비해 중국 전통 신문 등 매체는 흑백 모드였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은 완전 역전됐다. 중국 각 지역에서는 칼라풀하고 첨단 기술을 활용한 온오프라인 매체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반면, 코리아타운의 매체는 광고지만 판을 치고 있다.
한국 업체의 상품과 서비스는 무단 도용한 콘텐츠를 이용한 광고가 대부분이고 게다가 중국어 광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한국 업체가 중국 고객에 확보를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토샵 등 편집 프로그램 툴만 다룰 줄 아는 현지 직원에게 자기 업체의 홍보를 맡기니 고급스런 상품과 서비스도 저급하게 표현되고 있다.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이해는 물론, 대중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직원이나 매체에 맡기니 오히려 부작용만 나고 있다.
불행한 것은 이같은 문제로 인한 부작용을 해당 업체 경영자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자기 업체의 브랜드, 상품, 서비스가 어떻게 인식되는지 모르고 돈을 퍼붓고 있다.
사업은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자기 업체의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와 어떻게 커뮤케이션하느냐가 곧 고객 확보, 상품 판매와 직결된다. A급 상품과 서비스를 C급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전달하면 시장에서 C급의 상품과 서비르고 전락하는 것이다.
중국 시장의 급속한 발전으로 중국 대도시에서 어떤 업종, 어떤 아이템을 취급하더라도 이제는 서울의 수준이 그 이상을 유지할 수 있을 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말도 통하지 않는 한국 업체가 무단 도용한 이미지로 자기를 홍보하고 있다면 과연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금융위기로 중국 현지 한국 업체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 하지만 중국 시장의 급속한 발전, 한국 제조업체의 탈중국화 등으로 금융위기 이전부터 많은 한국 업체들이 위기에 처해 있었다.
코리아타운 시장에 안주하며 외면했던 시장 생존력과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스스로 환골탈퇴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전화위복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