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여동생이자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가 지난달 25일 평양 릉라유원지 준공식에서 혹사당한 것 같다. 김경희는 이날 조카 김정은, 류훙차이(劉洪才) 중국대사와 나란히 앉아 우리 '바이킹'보다 더 무섭다는 '회전매'라는 놀이기구를 탔다. 활짝 웃는 김정은, 류 대사와 달리 김경희의 얼굴은 고통스러운 듯 일그러졌다. 알코올 중독 치료까지 받았다는 66세의 김경희에게 건강한 성인도 현기증을 느끼는 최신 놀이기구는 처음부터 무리였을 것이다. 다음 날 노동신문 사진에는 김경희가 군인들의 부축을 받으며 걷는 장면이 포착됐다. 김경희가 원래 쇠약해 부축을 받은 건지, 아니면 이날 무리한 놀이기구 탑승에 따른 후유증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제 몸도 못 가누는 김경희가 탑승을 거부할 수 없을 만큼 김정은이 '테마파크'에 애착을 보인 것만은 분명하다. 김정은은 올해 들어서만 릉라유원지를 네 차례 방문했고, 만경대 유희장에선 직접 잡초를 뽑으며 "상태가 한심하다"고 질타했다. 김정은의 '놀이공원 정치'는 핵(核)도박에 몰두했던 김정일과는 다른 김정은식의 '업적 만들기'라거나 '개혁·개방의 신호탄'이라는 희망 섞인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인간 김정은'에 초점을 맞추면 다른 풀이도 가능하다. 김정은은 8세 때인 1991년 위조여권으로 생모(生母) 고영희, 형 정철과 함께 일본의 도쿄 디즈니랜드에 놀러 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의 일본인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는 고영희가 "평양에도 디즈니랜드 같은 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라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김정은도 구체적인 놀이기구 이름까지 거론하며 "그게 제일 재미있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정은 모자(母子)에게 디즈니랜드와 미키마우스는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김정은이 첫 업적으로 놀이공원과 미키마우스 공연을 내세운 것은 유년의 행복했던 기억을 복원하는 일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자기가 그려왔던 '김정은 랜드'를 재현해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김정은 시대는 이전과 다르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김정은 랜드'의 완공에 때를 맞춰 커튼 뒤에 숨겨져 있던 고영희도 다시 무대 위에 올라오고 있다. 북한 전역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흔적은 널려 있지만, 2004년 유방암으로 죽은 고영희의 자취는 찾을 수 없다. 고영희는 북에서 '동요계층'으로 분류되는 북송(北送) 재일교포 출신으로 그녀의 이름과 출신은 지금까지 금기(禁忌)였다. 그러나 김정은은 지난달 평양에 고영희의 이름과 출생·사망시기가 적힌 묘비를 세웠고, 고영희의 생전 활동모습이 담긴 동영상도 당 간부들에게 공개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묘비명에 적힌 것은 고영희가 아니라 고용희라고 일본의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 그것은 김정은의 생모가 재일동포 출신이라는 것이 알려져서 그것을 숨기기 위해 고용희로 둔갑시킨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엄마의 치마폭을 벗어나지 못하는 애송이 지도자가 엄마를 사실대로 밝히지도 못하고 정말 힘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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