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적 외교정책의 정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대외의존적 외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이유로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의 목이 달아났다. 적어도 청와대 인사수석의 얘기로는 그렇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일국의 외교를 지휘하는 총사령탑이 어느날 갑자기 목이 달아나는 이 시스템이다. 정확히는 목이 달아날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 나는 불안해하고 있다. 대미 외교 뿐아니라 대북 정책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영국을 방문해 그쪽 외무장관과의 회담이 예정되어 있는데다 왕립 국제문제연구소에서의 강연이 예정되어 있었으며 7개국 대통령과 9개국 총리가 참석하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던 장관이었다.
그 장관을 외교적 결례와 국가적 평가절하를 무릅쓰고 목을 자르는 것이 오히려 위와 같은 이유 중의 하나 때문이었다면 아무래도 시스템을 개혁한다는 이 정부의 시스템에 단단히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 스물스물 스며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