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양대노총 방문 풀기사 南北관계 발언 삭제
“풀기사는 그 내용을 가감·삭제할수 없다”
출입기자 항의에 대변인실서 다시 배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3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한국노총 방문 간담회를 대표 취재한 기자단의 풀(pool) 기사 중 노 당선자의 남북관계 관련 발언 내용을 삭제하고 기자들에 배포, 논란을 빚었다.
이날 행사 대표취재를 맡았던 연합뉴스, 경향신문, 서울방송(SBS) 등 3사 기자들은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오전 9시30분부터 2시간여 진행된 간담회 중 언론인들에게 공개된 간담회의 시작과 마지막 부분의 노 당선자 발언록을 정리, 인수위 대변인실에 인쇄 및 배포를 부탁했으나 대변인실은 이 중 남북관계 관련 일부를 삭제하고 배포했다.
풀 기사 내용 중 일부가 삭제됐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인수위 출입기자들은 대변인실에 “풀 기사는 기자단 내부 관련 사항으로 대변인실이 그 내용을 가감·삭제할 수 없다”고 항의했고, 이에 대변인실은 삭제 부분을 배포했다.
대변인실은 “당초 노 당선자의 마무리 발언부터 보도진에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기자들이 이보다 앞서 간담회장에 입장한 만큼, 당초 비공개 대상이었던 발언을 공개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좀더 검토하려 했을 뿐 삭제 배포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언론사들은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자의 관련 행사의 경우, 경호상의 편의를 위해 행사별로 2·3개 언론사 기자들이 대표 취재, 풀 기사를 작성해 기자단 전체에 제공하는 시스템을 사용하며, 대변인실은 그 복사 및 배포에 협조할 뿐 기사 내용엔 일절 간여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노 당선자가 노총 간부로부터 “북핵 문제 때문에 국민이 불안해 한다”는 질문을 받고 답변한 문제의 삭제 발언 부분은 다음과 같다.
◆ 삭제 발언 내용
“외국 언론이 ‘노 당선자와 (미국이)견해를 달리해 문제가 있다’는 것의 핵심은 북한 공격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공격하지 않으려면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격할 수 있다는 상황에 대비해 우리 말을 하고 있다. ‘그건 안된다’고 말했다. 이걸 미국 언론이 문제 삼으니까 한국 언론이 뻥튀기를 하고 있다. 언론이 미국과 다르다고 하는데 안 다르면 결과적으로 전쟁을 감수하자는 것이냐. 막상 전쟁이 나면 국군에 대한 지휘권도 한국 대통령이 갖고 있지 않다. 다른 것은 달라야 하고, 다른 것은 조율해 전쟁위기를 막아야 한다.
왜 퍼주고 싶겠느냐. 퍼주기가 아니다. 더 이상 퍼주더라도 투자를 해야 한다. 미래 동북아 시대는 남북문제 해결없이는 안된다. 살자고 하는 것이고, 미래와 희망을 만들자는 것이다. 미국이 이래저래 말하면 어렵겠지만 한국민이 확고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다 죽는 것보다는 어려운 게 났다. 한국 경제에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굳은 결심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