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 격주간지 포천은 '흘러간'경영인들의 컴백 사태를 단순한 추세를 넘어선 하나의 현상으로까지 주목한다.
이들의 재영입을 알리는 기업들의 보도자료는 짤막하고 사무적이다. 그러나 많은 종업원들이 기립박수와 환호로 이들의 복귀를 반겨 정작 개선장군을 방불케한다고 한다.
그래서 기업이사회들은 대외적으로 신뢰감을 주고, 문제가 생겼을 때 맥을 제대로 짚고 기민하게 대처하는 경영자를 선호한다. 여기에는 오랜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옛 아버지들'의 지혜가 제격이다.
국가경영이라 해서 이와 다를 바 없다. '새 피(new blood)'는 가치관과 조직문화 사고 및 행동양식이 다른 요소를 끌어들여 기존의 조직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을 때 그 의미가 있다. 엄밀히 말해 나이와 관계가 없다. 서구인들은 취업용 이력서를 낼 때 좀처럼 나이를 밝히지 않는다. 나이 55세를 '25세 플러스 30년 경력'이라고 익살을 부릴 정도다. 마음은 25세이고 거기다 30년 경력이 붙었다는 자기 과시다.
새 피는 젊은이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진정한 새로움은 미래지향적 가치관과 글로벌 마인드, 그리고 부단한 자기 쇄신에서 나온다. 이 기준으로 보면 2030, 또 3545 가운데서도 '늙은 젊은피'는 얼마든지 있다. 직급파괴.서열파괴.나이파괴여야지 2분법적인 '늙은 피 배격'은 사회의 인적 자원을 고갈시킬 뿐이다.
고령의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중국의 경제정책을 조언하는 고문직을 맡았다. 오래 전부터 고문 역할을 맡고 있는 팔순의 리콴유(李光耀)전 싱가포르 총리는 '배움을 멈추는 날이 곧 죽는 날'이라며 지금도 배움을 강조한다. 그 배움은 곧 새로움에의 부단한 도전이며 그 앞에서 젊음과 늙음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미국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이라크 전쟁에 협조하지 않는 독일과 프랑스를 '늙은 유럽'운운해 다시 구설에 올랐다.
빌 클린턴 대통령만 해도 주요 정책의 결정에 앞서 대통령 별장 등에 각계 원로와 전문가를 초빙해 치열한 토론 과정을 벌였었다. 결정의 결과보다 그 과정이 대내외 설득에 긴요할 때가 많다.
유럽의 '늙은 대국'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91년 5월 미국 의회 연설에서 "영국이 파트너로서는 나이가 먹었지만 구름낀 날 앞을 내다보는 데는 여러분보다 낫다"고 일침을 놓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