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 MBC 논픽션 공감 - 제5회 >
2004년 11월 12일 (금) 밤 11시 20분
▣ 피살자의 아버지, 죽음의 진실을 찾아서
* 영국 유학생 이경운군의 의문의 죽음
2000년 9월 29일. 영국 켄터베리의 한 도로에서 유학생 이경운군
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
금, 아직도 시신은 영국 켄터베리의 한 병원에 냉동상태로 안치되
어 있다. 영국의 수사 당국은 ‘무단횡단에 의한 단순 교통 사망 사
고’라는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지만, 유가족은 수사내용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건의 진상규명에 매달리고 있다. 4년 동안, 아
들의 장례도 미룬 채, 아버지가 찾고 있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
실은 무엇인가?
* 죽음에 대한 무수한 의혹들... 아버지의 진실찾기!
이경운군의 사건에 대한 의문은 유가족들이 영국에 도착하던 그날
부터 시작되었다. 경찰이 알려준 사고현장은 실제 사고가 일어난
곳과 40m가량 떨어진 곳이었고, 교통사고임을 입증해주는 물증
과 증인은 없었다. 경찰측과 장의사측에서 발급한 서류에 기재된
사망시간이 서로 달랐고,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도 가족의 동의
없이 이루어졌으며, 부검 결과조차 알 수 없었다.
아들의 죽음 이후 아버지는 영국을 떠나지 못했다. 한국에서 코리
아 헤럴드 기자로 재직하다 스페인으로 이주 후 사업을 하고 있던
아버지 이영호씨는 아들의 사인 규명을 위해, 그 모든 것을 포기했
다.
그동안 경제적인 기반마저 완전히 해체돼 당장 끼니거리와 잠자리
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 4년 동안 유학생들의 숙소를 전전하며 이
사를 한 것만 35번이다. 매일 거리로 나가 서명운동과 일인시위를
하고, 길거리에서 통조림과 컵라면으로 허기를 때우기 일쑤다. 하
지만, 이영호씨를 더 견디기 힘든 건, 그런 자신의 집념을 광기 어
린 집착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볼 때라고 한다.
* 그 후 4년. 아들을 위하여...
대외적으로 이른바 다인종 국가를 표방하는 영국. 하지만, 영국 사
회 내에 존재하는 제도적인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
이 제기되어왔고, 작년 BBC의 한 기자가 경찰학교에 잠입 취재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면서 영국 경찰의 뿌리깊은 인종차별주의가
실체를 드러냈다. 아버지 이영호씨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은 경운
이의 죽음 뒤에 영국사회의 무서운 인종주의적인 차별이 존재하
고 있다고 말한다.
영국의 인권 변호사 임란칸의 도움을 받아, 3년이 지난 지난해에
겨우 확보한 아들의 시신 사진은 감정 결과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
다. 도대체 누가 고 이경운 군 죽음의 진실규명을 가로막고 있는
가?
이번 주 <논픽션 공감>에서는 50대 중년의 나이에 젊은 아들을 잃
고 절망에 빠진 아버지의 고뇌와 스페인 국적의 취득을 거부하면
서 ‘대한민국’을 고수해온 한 아버지의 민족적 정체성이 영국이라
는 사회가 지닌 차별적인 요소에 부딪치며 어떠한 좌절을 겪었는
지... 아들의 죽음에 대한 실체적인 진실을 추적해온 아버지 이영
호씨의 지난 4년간의 궤적을 통해 조명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