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가 전쟁으로 시작되어 경제발전과 세계화로 끝났다면, 21세기는 테러의 시대로 시작되고 있다. 20세기에 자유민주주의가 공산주의와의 대결에서 승리했듯이 21세기 벽두 테러리즘과의 대결에서 문명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인류의 지혜와 능력을 총결집해야 한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고, 선진국과 다민족 국가들은 테러리스트, 극단주의자, 분열주의자들을 억제하거나 패배시키는 것을 안보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또 세계화와 더불어 비국가세력인 테러세력이 준동함에 따라 종래의 주권국가 중심 국방정책은 알맞지 않게 되었다.
특히 테러세력들이 핵물질을 손에 넣고 핵무기를 만들어 공격한다면 최악의 공포를 자아내게 될 것이다. 핵테러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핵테러가 발생하면 9·11테러보다 더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세계에는 1600여톤의 고농축우라늄과 500여톤의 플루토늄이 산재해 있다. 이는 핵무기 12만여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핵테러를 예방하기 위해 2010년 4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 주도로 워싱턴에서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가 개최됐다. 47개국 지도자와 3개 국제기관이 모여 핵안보 개념을 정립했다. 핵안보란 전 세계의 핵물질, 방사성물질과 핵시설이 테러주의자와 범죄자, 불법세력에 이용되지 않도록 각국이 방호조치를 강화하고 국제협력을 증진하는 것을 말한다. 당시 워싱턴에 모인 지도자들은 취약한 핵물질들을 2013년까지 안전하게 관리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몇몇 국가들은 고농축우라늄 생산을 중단하고, 기존 보유량을 미국으로 인도하겠다는 약속을 포함하여 많은 공약을 했다. 아울러 국제사회에 핵안보를 강화시키는 입법조치와 국제협약 가입을 촉구하였다. 핵테러 방지를 위한 양자(兩者) 차원 협력과 G8 파트너십, 국제원자력기구, 유엔과의 협력을 강화시켰다.
그러나 한 차례의 정상회의로 모든 핵안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데 세계는 공감했다. 따라서 서울에서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하고, 핵안보체제를 강화시키기로 했다. 오는 3월 26~27일 열리는 서울 회의는 1차 핵안보정상회의의 의제에서 빠진 방사성물질 방호도 포함시키고, 지난번 회의에서 참가국들이 약속한 사항들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게 된다. 테러리스트들의 원자로 공격, 냉각장치와 전원 차단, 그리고 원전사고 등을 방지할 수 있는 국제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원전 사고 발생 시 지역 국가들 간에 즉각적인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도 시의적절한 의제가 되었다.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는 핵안보 관련 국제법규와 장치를 총집대성하고, 정부를 포함한 시민사회, 원자력 산업체, 전문가들을 네트워킹한 복합적 핵안보 거버넌스를 강화시키는 방안들도 논의하게 될 것이다.
미·일·중·러를 포함한 세계정상 50여명과 유엔, 유럽연합, 국제원자력기구, 인터폴의 사무총장이 참석하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한민족의 핏속에 흐르는 평화 DNA를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선진국들이 정해 놓은 규칙을 지키는 나라였지만, 이제는 핵안보 체제를 구축하는 데 앞장서는 나라가 되었다. 인류를 핵테러 공포로부터 해방시키고 더욱 안전하고 평화스러운 세계의 건설에 한국이 앞장서는 계기가 될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해 국민적인 지혜와 지지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