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경제권인 유럽연합(EU)의 무역 빗장이 열리고서 1년이 흘렀다.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해 7월 1일 발효되자 EU는 공산품 전 품목의 관세를 5년 안에 철폐하기로 했다. 이로써 한국 상품이 EU 시장에서 일본 등 무역 경쟁국에 비해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비교우위에 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EU는 2009년 국내총생산(GDP)이 16조4천억달러로, 세계 전체 GDP의 30%를 차지할 뿐 아니라 미국(14조3천억달러)보다도 앞선 세계 최대의 단일 경제권이다.
그러나 한ㆍEU FTA 발효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각종 무역 관련 통계를 보면 FTA 효과는 애초 장밋빛 전망에는 미치지 못한다. 정부 통계로는 지난해 7월1일부터 올해 6월15일까지 대 EU 수출은 12.1% 줄었다. 무역 흑자폭은 18억달러로 전년 동기(140억달러)의 12.9% 수준으로 축소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우리 시장만 내준거라며 실패론을 성급하게 제기하는데 이는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진 격이다. 사실 수출이 줄고 무역 흑자폭이 준 것은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시작된 유로존 위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EU 국가들이 재정위기 탓에 수입이 위축된 것일 뿐 FTA 협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유럽 경기가 되살아나면 우리나라의 EU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아직 가져도 될것 같다.
일례로 FTA 발효로 관세 철폐 등 혜택을 보는 품목의 수출은 많이 증가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준다. 자동차가 대표적인 사례다. 자동차는 FTA 발효 이후 수출이 38.0%나 늘어났고, 자동차 부품 수출액도 15.8% 증가했다. 가격경쟁이 치열한 폴리에스테르는 4%에 달하는 관세가 철폐되고서 이탈리아에서는 한국 제품의 점유율이 3위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벨기에에서는 수입시장의 80%를 점유하게 됐다.
특히 한ㆍEU FTA는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높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FTA 발효 이후 11개월간 외국인 직접투자는 37억7천만 달러로 전년동기(27억9천800만달러)보다 35%나 늘었다. 특히 인수ㆍ합병(M&A)형 투자가 8% 늘어난 데 비해 신규공장 설립 등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가 42%나 증가했다. FTA 발효로 투자여건이 개선되고 국가 매력도가 향상돼 외국인 투자가 늘어난 것이다.
한 EU FTA 1년, 기대했던 장밋빛 미래가 선명히 다가오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지만, 이는 세계적 경제위기와 특히 유로존 국가들의 어려움 등 외부요인들과의 박자가 맞지 않아서 그런것이니, 이제 중ㆍ장기적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되면 한ㆍEU FTA의 효과는 더욱 손에잡히게 우리에게 다가올 것으로 긷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