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구(舊) 당권파가 20일 오병윤 당선자(광주 서을)를 위원장으로 한 당원 비대위를 발족시켰다. 당원 비대위란 구 당권파가 지난 13일 당 중앙위 결의로 공식 출범한 혁신비대위(위원장 강기갑)의 정통성을 사실상 부정하며 자기들끼리 모여 만든 것이다. 오병윤 당원 비대위원장은 "혁신비대위는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면서 "다음 당 지도부가 뽑힐 때까지 당을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반드시 진보 정당의 본령을 되찾아 올 12월 국민이 원하는 정권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은 부정 경선으로 선출된 비례대표 전원을 19대 국회가 시작되는 6월 1일 이전까지 반드시 사퇴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사퇴를 거부해온 구 당권파 이석기·김재연 당선자에겐 21일 오전 10시까지 사퇴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강 위원장은 지난 18일 이석기 당선자를 따로 만나 세 시간 동안 설득했으나 원하던 답을 듣지 못했다. 구 당권파가 바로 자기들만의 비대위를 띄운 건 사퇴 거부를 행동으로 표시한 것이다. 강 위원장이 약속을 지키는 건 이미 물 건너가 버렸다.
구 당권파가 자기들이 선거 부정으로 당을 망가뜨려 놓고 자기들이 나서서 당을 정상화하겠다는 건 국민·당·좌파 내 여론이 어찌 되든 간에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탈당은 생각도 않는다. 어떻게든 당 안에서 버텨 내달 말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되찾아 그걸 바탕으로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을 계속 자기들 노선대로 끌고 다니겠다는 뜻이다. 만일 집권하면 정부 안에, 집권에 실패하더라도 국회 안에 김씨 세습 왕조를 대변하는 합법적 정치 거점을 마련하겠다는 계산이다.
이석기·김재윤 당선자는 자기들을 당에서 쫓아낼까봐 서울에 있던 당적을 몰래 경기도로 옮겼다. 경기도당은 구 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이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있다. 중앙위는 지난 13일 옛 당규를 바꿔 당원 징계 판정 주체를 그 당원이 소속한 시·도 당기위로 변경했다. 구 당권파는 그동안 당 운영위가 의결한 비례대표 경선 부정 진상 보고서나 당 중앙위가 의결한 혁신비대위는 모조리 부정해왔으면서도 징계에 관한 새 당규는 자기들에게 유리하니 이용해먹겠다는 것이다.
구 당권파는 민혁당·일심회·왕재산 사건에서 드러난 북한 연계 의혹에 계속 입을 다물고 북한 김씨 정권의 3대 세습, 핵무기 개발, 인권 탄압 등 어느 하나에 대해서도 입장 표명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종북파(從北派) 내림의 구 당권파가 이렇게 억지를 써가며 진드기처럼 국회에 들러붙겠다면 우리 사회도 이들을 퇴치할 살충제를 구하려고 나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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