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6년 만에 광우병(BSE)에 걸린 소가 발견되면서 미국산 쇠고기 안전을 둘러싼 논란이 필요 이상으로 커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5일 전체 수입 물량 중 개봉(開封)검사 비율을 3%에서 10%로 늘리는 등 검역을 강화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정치권 일각에선 즉각 수입 중단을 요구하고 나서 2008년 촛불시위를 불러온 ‘광우병 광풍(狂風)’의 재연 우려도 나온다.
광우병 파문의 핵심은 얼마나 위험한가의 문제다. 캘리포니아주 목장에서 발병한 소는 젖소로, 주목적은 식용이 아니다. 문제의 소처럼 나이든 소의 수입도 원천 차단돼 있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는 모두 30개월 미만의 육우다. 뇌·척수·소장 끝 부위 등 특정위험물질(SRM) 역시 도축 과정에서 제거된다. 또 발병한 소는 감염 위험이 크지 않은 비정형(atypical) 광우병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하면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과학적 견해다. 실제로 미국산 쇠고기의 주요 수입국인 유럽연합(EU)·일본·대만·홍콩 등은 별다른 조치를 취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체감 위험도는 딴판이다. 광우병 발병 보도가 나가자 대형 마트 등 일부 유통업체들은 바로 매장 내 미국산 쇠고기를 걷어냈다. 국내 소비자들의 정서를 의식한 자구책일 것이다. 한국 정부는 2008년 미국과 재협상한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서 수입 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부칙으로 명기해두고 있다. 일부 여론을 좇아 수입을 중단하면 정치적 부담은 덜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인정한 ‘광우병 위험 통제국’이다. 완벽한 광우병 대책은 없는 만큼 관련국이 서로 수긍하도록 과학적으로 위험통제 수준을 정한 것이다. 그런 국제규범 이상으로 과도한 대응을 한다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무역 마찰·보복 등 적잖은 역풍을 감수해야 한다.
정부는 4년 전 미국에서 광우병 발견 시 수입을 중단하겠다면서 ‘국민 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 기조는 여전히 유효하다. 추가 정보에 따라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검역 중단이나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해도 늦지 않다. 그럴 정도가 아니라면 실상을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 다음은 시장에 맡기면 된다. 혹여 정치적 의도로 4년 전처럼 실상을 왜곡·과장하는 광우병 괴담을 퍼뜨리고, 반미(反美) 투쟁으로 몰고가려는 세력이 있다면 당당하게 대처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편익을 위해서라도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자세를 견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