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옆구리에서 터졌다.
이정희 공동대표가 어떻게든 숨기려 했던 통합진보당 내 ‘경기동부연합’ 출신 당권파의 존재 사실이 같은 당 심상정 공동대표에 의해 드러났다.
경기동부연합은 지난 1980년대 후반 경기 성남·용인 지역에서 활동했던 NL(주사파)계 지하조직이다. 이번 총선에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던 통합진보당 이 대표가 여론조사 경선 조작 파문에도 사퇴하지 않자 배후에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 ‘힘을 가진 세력’ 그들은 경기동부연합
심상정 대표는 17일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 “경기동부연합으로 지칭되는 당권파가 (총선에서) 주목 받았던 것은 그만큼 통합진보당 내 힘을 가진 세력이라는 점에서 주목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기동부연합은) 권력이 있는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심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경기동부연합의 실체가 없다”는 통합진보당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여론조사 조작으로 이정희 대표가 관악을 후보에서 물러날 당시 새누리당과 우파 언론매체는 경기동부연합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했고, 통진당 측은 “경기동부연합은 10년 전에 해산됐고 이를 거론하는 건 야권 전체를 능멸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좌파매체 역시 “새누리당이 진부한 ‘색깔론’으로 정치공작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 대표는 진행자가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핵심 세력이 종북세력이라는 지적에 대해 인정하느냐”고 묻자 “(경기동부연합이) 북한과 관련된 사안에서 편향적인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이들이) 어떻게 활동을 가시화하고, 그것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느냐가 통합진보당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발전하는 데 중요한 개혁과제”라고 지적했다.
■ 통합진보당, 경기동부연합, 대체 정체가 뭐야?
심상정 대표가 ‘경기동부연합’ 조직의 실체를 인정하자 새누리당은 즉각 공세에 돌입했다.
이상일 대변인은 18일 논평을 통해 “이정희 대표 및 통진당 일부 인사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게 심 대표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통진당과 이정희 대표를 향해 “경기동부연합의 실체를 국민 앞에 밝히고 언론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색깔론이라고 매도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심 대표의 말대로) 국회의원 13명을 보유한 (원내) 제3당 통진당이 북한에 편향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면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아무런 규탄도 하지 않고 국제사회에 대북제재를 하지 말라고 한 통합진보당의 논평도 그런 편향성 때문에 나온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나아가 그는 “통진당과 이정희 대표는 이제 경기동부연합이 어떤 조직이며 무엇을 추구하는지 진솔하게 밝혀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2007년 대선 참패 이후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 전신)은 심각한 내분 상황을 맞이했다. 2008년 초 심상정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종북주의와 패권주의’에 정면으로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결국 당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노회찬 의원과 함께 민노당을 탈당해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심 대표는 올 총선에서 노회찬(서울 노원병) 통진당 대변인과 함께 동반 당선됐다. 당선자 13명 중 서울 관악을의 이상규 당선인 등 상당수가 경기동부연합 인맥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통진당의 내부 갈등에 주목하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현재 통진당은 종북 주사파(NL)가 주도하고 있는데 이에 맞서는 평등파(PD)가 견제 움직임을 보이면서 양측이 상당한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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