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일성의 100번째 생일과 김정은의 3대 세습 축하용으로 발사한 장거리로켓이 동창리 기지를 떠난 직후 폭발해 서해 바다로 추락했다. 북한이 강조해온 ‘강성대국’이라는 구호도 산산조각이 났다. 11일 노동당 대표자회에 이어 어제 열린 최고인민회의의 분위기를 띄워 당군정(黨軍政) 최고 권력자의 위상을 굳히려던 김정은의 권력 장악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북한은 이번 발사를 위해 8억5000만 달러를 투입했다. 북한 주민 1900만 명의 1년 치 식량인 옥수수 250만 t을 구입할 수 있는 거금이다. 북한의 한 해 식량 부족분이 40만 t이기 때문에 이 돈이면 6년간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남아있는 발사장 건설비용을 제외해도 로켓과 위성 개발비 4억5000만 달러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위성 발사로 선전하기 위해 70명의 외국 기자들을 초청했지만 제 발등을 찍고 말았다. 북한은 1, 2차 장거리로켓 발사 때는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켰다고 우겼으나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실패를 인정했다. 외국 기자들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로켓 발사 실패로 김정은의 체면은 크게 손상됐다.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김정은이 군사 도발이나 3차 핵실험을 한다면 북한은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도발을 그냥 두지 않을 태세다. 미국은 식량지원 중단 방침을 재확인했고, 유엔 안보리도 즉각 제재 논의를 시작했다. 김정은이 로켓 발사 실패를 강성대국의 헛꿈에서 깨어나 주민들을 먹여 살릴 고민의 계기로 삼는다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 될 수 있다.
통합진보당은 로켓 발사 직후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 일변도 방식은 한반도 긴장 완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대변인 성명을 냈다. 4·11총선에서 창당 이래 최대 의석인 13석을 얻은 통진당이 내놓은 첫 공식 논평이 이 모양이다.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낸 경고를 무시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을 했는데도 북한을 자극하지 말라는 메시지나 내놓고 있으니 종북(從北) 정당이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이번 로켓 발사에 대해 국제사회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통한 발사 행위를 금지한 안보리 결의 1874호를 위반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세계가 규탄하는 북한의 도발을 감싸기에 급급한 통진당은 언제까지 실패국가의 세습왕조를 떠받들고 살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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