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1일 당대표자회를 개최해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에, 김정은을 제1 비서에 추대했다. 김정은이 총비서 지위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과 차이가 있지만 김정일은 상징적 존재이기 때문에 총비서의 권한은 고스란히 김정은 1비서에게 승계된다.
이번 4차 당대표자회는 김정은을 당중앙위원회 수반에 올려 전당에 대한 지도 통제권을 공식화 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번 당대표자회의 조선중앙통신 보도문에서 "조선로동당 제1비서이신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조선로동당의 령도따라 나아가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앞길에는 언제나 승리와 영광만이 있을 것"이라며 김정은이 당 수반임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노동당은 공식 절차를 배제하고 김정일 직할 체제를 보장하기 위한 의사결정 체계를 유지해왔다. 중앙위원회 각 부서들이 정책을 만들어 담당 비서들을 통해 올리면 최고지도자가 이를 비준하는 체계였다. 이제는 총비서 이름이 아닌 1비서라는 직위를 통해 김정은이 비준하는 절차가 되는 것이다.
북한은 3차 당대표자회에서 노동당을 김일성의 당으로 규정했고, 이번 대회에서 김정일에게 영원한 총비서 지위를 부여하고 김정은이 현실 권력으로 뒷받침하게 만들었다. 북한 노동당이 만경대 가문의 사당(私黨)으로 전락된 현실을 여지 없이 보여주고 있다.
북한에서 수령은 당과 국가를 영도하는 초월적 존재다. 김정은은 이미 수령의 지위를 승계했기 때문에 당, 군, 정에서 현실 직위 승계는 절차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현 노동당은 김정은 독재를 보장하는 역할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의 운명도 김정은에 절대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당, 군, 정의 권력을 승계하는 데 이상 징후는 현재까지 감지되지 않는다. 내부적인 통치기반구축에 별 다른 문제가 없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압축적인 정치일정과 미사일, 핵실험 등 도발 수위를 최고로 끌어올리는 모습에서 젊은 지도자의 치기(稚氣)가 느껴질 정도다. 강경으로 치닫는 대외적 도발이 부메랑으로 다가올 시점에 김정은은 첫 외교 실험대에 설 것이다.
북한은 이미 국가적 기능이 상당 부분 상실돼 있다. 만성화 된 식량난과 주민 여론 악화, 부정부패의 만연과 행정 능력의 상실 등 정상적 국가 운영과는 거리가 멀다. 국가가 회복되기 어려운 직면까지 갔다는 인식은 간부층에서도 만연돼 있다. 몰락 직전의 국가를 아들이라는 이유로 절대권력을 부여 받은 어린 지도자가 안고 가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당이 관성적으로 수령의 영도체계를 보장하는 역할에 그친다면 김정은과 함께 50년 역사에 마침표를 찍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 정치질서가 역동적인 변화 국면에 진입했을 때 노동당이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김정은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운명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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